"우리 야구 보러 안 갈래?"
요즘 KBO리그의 인기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유니폼을 맞춰 입고, 야구장 먹거리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KBO리그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2026시즌에는 505경기 만에 9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소 경기 기록까지 새로 썼다.
뜨거워진 인기만큼 KBO리그 자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그중 최근 야구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것이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다. 현재 각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3명에 올해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 선수 1명을 더해 총 4명의 외국인 선수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퓨처스리그에서 뛸 외국인 선수 2명을 추가해 '6명 보유·4명 등록' 체제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늘어난다면 KBO리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자리를 빼앗을까, 경쟁을 더할까]
이 제도의 가장 큰 쟁점은 국내 선수의 기회다. 외국인 선수가 두 명 늘어나는 만큼 퓨처스리그에서 1군 진입을 기다리는 국내 선수들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외국인 선수 증원으로 국내 선수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의를 외국인 선수의 '출전 확대'가 아닌 '보유 확대'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추가되더라도 1군 등록 인원은 현재와 같은 4명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퓨처스리그를 비롯해 KBO리그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재 KBO 현장에서는 1군과 2군의 수준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 높은 수준의 타자와 투수를 상대하고 이들과 함께 경쟁하는 경험은 국내 유망주들에게 또 다른 성장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가 특정 포지션, 특히 투수에 집중돼 해당 포지션의 국내 유망주들이 기회를 지나치게 잃지 않도록 '포지션 캡'과 같은 보완책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농사에 흔들리는 한 시즌]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크다. 대부분의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선발투수 2명과 타자 1명으로 구성한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아시아쿼터 역시 투수 자원 보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중심 타선의 외국인 타자는 한 시즌의 성적을 좌우하는 핵심 전력이다. 흔히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외국인 농사'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을 때의 효과가 큰 만큼 실패했을 때의 부담 역시 상당하다.
올 시즌 전반기만 봐도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 40명 중 10명이 팀을 떠났다. 부진과 부상 등으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할 경우 구단들은 골머리를 앓게 된다.
하지만 만약 예비 대책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어도 새로운 리그와 팀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팀과 KBO리그를 미리 경험한 선수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면, 외국인 선수 한 명의 부상이나 부진으로 한 시즌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누가 2군에 오려고 할까]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까지 와서 2군에서 기회를 기다리려 할까.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가 매력적인 이유는 경쟁력 있는 선수를 추가로 확보해 리그의 수준을 높이고, 기존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나 부진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면 2군에서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1군 출전이 보장되는 팀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국내 유망주와 비교해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라면 구단 역시 추가 비용을 들여 영입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제도는 과거에도 추진된 바 있다. KBO는 기존 외국인 선수 외에 투수와 야수를 한 명씩 추가로 보유할 수 있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한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 연봉뿐 아니라 통역과 숙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 비해 실제 1군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추가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20만 달러 수준이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단순히 외국인 선수 두 자리를 늘리는 데 달려 있지 않다. 해외 리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선수들에게 KBO 퓨처스리그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야 하고, 동시에 국내 선수들과 경쟁하며 리그의 수준을 실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들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6명의 시대 – 경쟁을 피하기보다 경쟁하는 리그로]
외국인 선수 확대만으로 KBO리그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구단에 새로운 부담만 더할 수 있고, 제도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국내 선수들의 성장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선수 한두 명의 부상과 부진이 한 시즌의 전력을 크게 흔드는 현재 구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흥행을 단순한 인기에서 끝내지 않고 리그 전체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 역시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의 1군 출전 인원을 제한하고 특정 포지션으로의 쏠림을 막는 등 국내 선수의 기회를 보호할 장치가 함께 마련된다면, 외국인 선수 확대는 국내 선수의 자리를 빼앗는 제도가 아닌 리그 전체의 경쟁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선수를 늘릴지 말지에만 있지 않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가 함께 경쟁하며 리그 전체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지금 뜨거운 KBO의 인기를 더 좋은 야구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고민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성신여대 이윤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