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개봉에 이어 이번 8월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새 예고편이 공개됐다. 기존 히어로의 변화 및 발전과 새로운 빌런의 등장을 앞세워 MCU는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흥행은 예전같지 않다. 실제로 영화 매체 코이모이에서 2025년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MCU가 처음 등장한 시기부터 2025년까지를 5개의 시기로 나누었을 때 누적 흥행 수익은 2023년부터 2025년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이 폐쇄되었던 4시기에 비해서도 그리고 MCU가 처음 등장해 자리를 잡는 단계인 1시기에 비해서도 5시기의 MCU 영화 흥행 수익은 몹시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조한 흥행에 비례하게 MCU 작품에 대한 대중의 흥미와 기대는 높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 사랑했던 캐릭터들과의 작별, 어색한 후계자 계승]
첫 번째 이유는 마블 팬들이 사랑했던 얼굴들이 하나둘 사라졌음을 들 수 있다. MCU가 자리를 잡은 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열광했던 기존의 히어로들은 은퇴하거나 사망하고, 이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얼굴이 떠오르고 있다.
브루스 배너의 헐크는 최근 작품에서 스마트 헐크로 변한 뒤 예전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등장한 쉬헐크는 등장 초반부터 현재까지 팬덤 내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크리스 에반스가 8년간 연기했던 스티브 로저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방패를 넘긴 뒤, 그 자리는 '팔콘'으로 익숙했던 샘 윌슨(앤서니 매키)에게 돌아갔다. 앤서니 매키는 이 세대교체를 두고 자신만의 여정으로 캡틴 아메리카를 새롭게 정의하겠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대중의 세대교체를 향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MCU 유니버스에서 가장 큰 뒷받침이 되어준 캐릭터인 토니 스타크, 호크 아이, 블랙 위도우 등이 은퇴하거나 사망하고 그들의 후계자가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너무나 방대해진 세계관, 소비하기 부담스러워진 멀티버스]
두 번째 이유는 세계관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히 새 빌런과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행세계와 갈라진 시간선까지 이해해야 몰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나무위키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평가 문서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복선 없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비중을 줘도 결국 소모품처럼 취급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부터 <데드풀과 울버린>에 이르기까지, 멀티버스 소재가 탄탄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순간의 팬서비스에 그치는 경향으로 보이기도 한다.
관객들의 체감도 다르지 않다. 한 해외 독자는 온라인 댓글에서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얽어 놓은 탓에 따라가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졌다며, <엔드게임> 이후로는 관람을 그만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반응은 비슷하다. 나무위키의 멀티버스 사가 평가 문서는 인피니티 사가 시절에는 아이언맨이 관객을 세계관으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했지만, 멀티버스 사가에는 그런 구심점이 될 인물이 아직 제시되지 않아 더욱 혼란스럽다고 짚는다.
[추가적인 작품 관람 부담, 극장 밖에서 시작되는 숙제]
세 번째 이유는 영화관에 앉기도 전에 이미 '숙제'가 쌓인다는 점이다. 과거 마블 영화는 시리즈의 앞선 편들만 챙겨 봐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MCU는 4시기 즉 2021년부터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를 미리 보지 않으면 영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
실제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드라마 <완다비전>과 <로키>를 먼저 봐야 완다와 시간선 관련 설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어벤져스: 둠스데이> 역시 드라마 <로키>의 결말부에서 새로 짜인 '신성한 시간선', 그리고 그 밖에서 별도로 존재해 온 <판타스틱4>와 폭스 시절 <엑스맨> 시리즈의 설정까지 알아야 등장인물 사이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문제는 이 모든 사전 학습이 영화표 값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들은 극장이 아닌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어, 결국 별도의 OTT 구독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한 디지털 커뮤니티 게시글은 정작 마블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 중 드라마까지 전부 챙겨보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지표가 있는데도, 드라마의 서사를 본편의 외전이 아니라 핵심 설정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 관람객에게 혼란을 준다고 꼬집었다. 극장에서 내용을 설명해주기보다 관객이 미리 다른 플랫폼과 다른 구독료를 들여 스스로 알아와야 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결국 '영화 한 편 보기'로 끝나야 할 일이, 여러 편의 드라마와 여러 편의 영화, 그리고 별도의 구독까지 거쳐야 하는 긴 여정이 되어버렸다.
마블의 예고편은 여전히 조회수 신기록을 세우고, 유명 배우들의 이름은 여전히 화제를 모은다. 그러나 화제성과 실제 관람 의욕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사랑했던 캐릭터의 빈자리, 따라가기 버거운 세계관, 그리고 극장 밖에서부터 시작되는 예습 부담.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마블은 '가장 화제가 되는 영화'와 '가장 보고 싶은 영화' 사이에서 점점 더 큰 틈을 마주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대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