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밥을 먹고 카페에 들르는 평범한 약속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외식비와 커피값이 함께 오르면서 친구를 만나는 일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알바천국이 Z세대 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물가 상승으로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에 부담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9.1%는 이러한 부담을 자주 느낀다고 밝혔다.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은 식사비였다. 응답자의 78.4%가 식사비를 꼽았으며 커피·디저트비(40.1%), 주류비(29.7%), 생일·기념일비(25.8%)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높아진 물가가 친구와의 만남까지 위축시키면서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친구를 뜻하는 'Friend'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을 합친 말로, 친구를 만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커지면서 약속이나 모임을 줄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5년 새 40% 오른 자장면과 김밥]
프렌드플레이션이 등장한 배경에는 가파르게 오른 외식비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 가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서울 지역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 2,615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9,500원)과 비교하면 32.79%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짜장면 가격은 5,385원에서 7,654원으로 41.12% 올랐고, 김밥 역시 2,731원에서 3,838원으로 40.53% 상승했다. 비교적 부담 없이 찾던 대표 서민 메뉴의 가격도 5년 사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친구와 한 번 만날 때 사용하는 금액은 대체로 3만~5만 원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한 번의 만남에서 5만 원 이상을 지출할 경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기에 교통비나 추가적인 소비까지 더해지면 약속 한 번에 필요한 비용은 더욱 커진다.
[지출을 줄이는 대신 약속을 줄였다]
높아진 비용은 실제 만남 횟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응답자의 71.2%는 최근 1년 동안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에 쓰는 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특히 지출을 줄인 방법으로는 '만남이나 모임 횟수를 줄였다'는 응답이 83.9%로 가장 많았다. 조금 더 저렴한 식당을 찾거나 카페 이용을 줄이는 것보다 약속 자체를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64.6%가 평소 일주일 동안 친구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고 답한 점도 눈에 띈다.
친구 관계에서 부담스러운 유형을 묻는 질문에서는 '비싼 맛집만 찾는 친구'가 56.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물가 상승이 개인의 소비를 넘어 친구와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싼 만남에서 가벼운 만남으로]
다만 고물가가 곧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외식이나 술자리 대신 적은 돈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집에서 간단한 음식을 해 먹거나 공원을 산책하고 무료 전시를 찾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만남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약속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프렌드플레이션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일본에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친구를 만나는 비용과 관계에서 얻는 만족도를 함께 고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생활비와 외식비 상승으로 만남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저예산 모임', '집에서 즐기는 파티', '커피 대신 산책' 같은 문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고물가는 이제 장바구니와 외식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구를 얼마나 자주 만나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프렌드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의 등장 뒤에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인간관계의 방식마저 바꾸고 있는 청년층의 새로운 삶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광운대 장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