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마음이 더 달아오르고 간지러운 것은 '썸'에서 시작된다. 서로에게 호감은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연인은 아닌 상태, 우리는 이것을 '썸'이라고 부른다. 썸의 진짜 묘미는 관계의 애매함이 주는 고민과 설렘에 있다. 명확한 답을 알 수 없기에 그 설렘은 더욱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관계가 불확실할수록 "혹시 나 혼자만의 착각이면 어쩌지?"라는 불안도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주변 지인들에게 썸남·썸녀와 주고받은 카톡을 보여주곤 한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상대의 관심 여부를 타인의 객관적인 눈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들도 처음에는 진심으로 고민을 들어주겠지만, 썸이 길어질수록 매번 같은 연애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괜스레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같은 고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털어놓다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친구들의 눈치가 보여 선뜻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오늘날 AI는 눈치 볼 필요 없는 완벽한 연애 상담사로 떠오르고 있다. 썸남·썸녀와 나눈 카톡 대화를 입력하기만 하면 AI가 상호작용의 패턴을 파악해서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과연 미묘한 감정과 '썸'의 온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을까? 실제로 인터넷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락실닷컴의 'AI 카톡 판독기-썸 온도 측정기'를 통해 AI의 분석 방식을 직접 체험하고 그 신뢰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지인을 총동원하다 : 미묘한 감정을 데이터화하기 위한 실험 환경]
우선 주변 20대 지인들에게 '썸 탈 때 쓰는 플러팅 멘트'를 물어보고 공부해 가며, 나름대로 객관적인 실험 환경을 갖추었다. 그리고 친구의 협조를 얻어 20대 남녀가 실제로 주고받을 법한 카톡 대화 시나리오를 함께 구성했다. AI가 문맥 속 미묘한 호감을 감지해 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한쪽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고 영화 약속 등 데이트를 제안하는 '전형적인 호감'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연출했다.
실험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결과를 유도하도록 설계했다. 첫 번째는 '성공적인 썸' 상황이다. 상대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느낌표(!)와 긍정적인 단어를 듬뿍 배치해 확실한 호감 기류를 만들어냈다. 반면 두 번째는 '썸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정적인 단어와 '...' 같은 긴 온점, 차가운 단답형 반응을 나열하여 두 대화의 온도가 확실히 갈리도록 연출했다. 비록 다소 전형적인 멘트일지라도, AI가 대화의 맥락 전체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지가 판가름의 관건이었다.
준비를 마친 뒤 두 개의 카톡 대화 내역을 'AI 카톡 판독기-썸 온도 측정기'에 입력하고 분석 버튼을 눌렀다. 과연 AI는 인간 지인들도 쉽게 확신하지 못하는 미묘한 '썸의 온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감지해 냈을까?
[교과적인 썸] 썸 시나리오의 본질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AI
먼저 '주말에 시간이 돼?'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데이트 제안이 이어지는 상황을 구성했다. 한쪽이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내며 데이트를 제안하자, 상대 역시 관심을 보이며 "팝콘은 내가 사겠다"라고 화답하는 등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듯한 대화가 오가도록 설계했다. 실제 썸 관계에서 흔히 볼 법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일부러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대화를 구성했다.
그 결과 AI는 썸의 여부를 온도계의 온도로 수치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부터, 대화의 흐름이 얼마나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지, 그리고 상대가 가지고 있는 관심의 편차까지 계산하는 등의 디테일을 보여주었다.
해당 시나리오에서 AI가 내놓은 결과는 답장 온도 90도, 티키타카 지수 75도, 읽씹 위험도 5점이었다. 관심 밸런스에서는 데이트를 먼저 제안한 쪽이 상대적으로 +15도 더 적극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AI가 포착한 결정적 장면'이라는 탭이었다. AI는 실제 카톡 대화 원문을 그대로 끌어와 판정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 "혹시 주말에 시간 돼?", "같이 영화 보러 갈래?"처럼 데이트를 먼저 제안하는 행동은 물론, "오빠가 영화표까지 내면 내가 미안한데..."처럼 감사와 미안함을 표하며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세심한 심리까지 짚어냈다.
심지어 AI는 이번 대화를 두고 "교과서적인 썸의 정석"이라는 평을 남겼다. 의도적으로 연출한 시나리오의 본질을 정확히 간파해 내는 AI의 예리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단짠불안 썸] 썸의 여부는 잘 판단하지만 아직도 다소 부족한 모습이 많아..
두 번째 시나리오는 똑같이 데이트를 제안하지만, 거대한 벽에 가로막히는 듯한 답답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번에는 AI의 간파 능력을 교란해 보고자 의도적인 장치를 배치했다. "주말에 제사가 있어서 힘들 것 같다"처럼, 상대가 싫지만 애써 돌려서 거절하는 멘트를 넣어 대화를 구성하였다.
그 결과 AI는 특정 키워드를 오독하는 바람에 대화의 맥락을 전혀 짚어내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불교'라는 단어를 '불모'로 잘못 인식하면서 대화 전체의 흐름을 놓쳐버린 것이다. 심지어 "다음 주에 교회 간다"라는 거절성 핑계에 대해서는 "상대가 슬쩍 흘린 정보"라며 '다음 주 교회에 갈 때 고백하라'는 다소 황당한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상대의 까칠하고 차가운 반응조차도 "까칠해서 귀엽다"라는 식으로 왜곡해 해석하며, 명백한 '썸붕(썸이 깨짐)'의 상황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해당 시나리오에서 AI가 내놓은 결과는 답장 온도 60도, 티키타카 지수 30도, 읽씹 위험도 50점이었다. 앞서 진행했던 첫 번째 테스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싸늘한 온도 차는 감지해 냈지만, 핑계와 거절이라는 텍스트 너머의 미묘한 본질까지 읽어내기에는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AI의 썸 판독] 텍스트 뒤 '속마음'까지 읽기엔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
두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본 'AI 썸 온도 측정기'는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상대방의 은밀한 의도나 텍스트 행간에 숨은 속마음까지 파악하기엔 아직 한계가 명확했다. 단어를 잘못 인식해 맥락 전체를 오독하는 모습이 아쉬웠고, 텍스트를 보내는 상대와 읽는 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초반 분석에서 혼선을 주는 점 역시 단점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 빈도나 답장 간격, '읽씹 위험도'처럼 객관적인 데이터와 확률로 수치화해 주는 영역에서는 꽤 높은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AI가 단순히 썸의 성공 여부만을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명확한 장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AI의 판정 결과를 그대로 맹신하기보다는 똑똑하게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1차적으로 썸 판독기를 통해 객관적 수치를 파악하고, 2차적으로 생성형 AI와의 1:1 대화를 통해 현재 상황과 감정을 차분히 정돈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 친구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크로스 체킹하는 방안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제 두근거리는 '썸'의 과정은 혼자 고뇌하거나 친구들에게만 의존하는 영역이 아니다. 데이터로 무장한 AI 역시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똑똑하게 곁에 두고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동국대 김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