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팝업=성수' 공식 깨졌다…탈성수 현상의 진짜 이유

서울시립대
이아진 서울시립대 · 프렌즈 1기
2026.09.18

한때 팝업스토어를 보러 간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성수동을 떠올렸다. 새로운 브랜드가 팝업을 열면 성수를 찾았고, 소비자들은 주말마다 새로 생긴 공간을 찾아 성수로 향했다. '팝업스토어=성수'라는 공식이 생겼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이 공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전국 팝업스토어는 2130개로 전년 동기보다 44.9% 증가했지만, 성수의 대표 팝업 거리인 연무장길에서는 오히려 233개에서 196개로 15.9% 감소했다. 반면 용산구는 같은 기간 66개에서 165개로 150% 증가했다.

팝업의 인기가 식은 것이 아니다. 팝업이 열리는 장소가 달라지고 있다.

[너무 '핫'해진 성수]

성수동 서울라이프 팝업스토어
성수동 서울라이프 팝업스토어

팝업이 성수를 떠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비용이다. 팝업이 몰리면서 성수의 공간 가치도 함께 높아졌다. 연무장길의 평당 임차료는 5년 전보다 약 3배 상승했고, 일부 대형 공간은 하루 대관료가 25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팝업 공간이 대기업 사옥이나 플래그십 스토어로 바뀌면서 팝업에 적합한 공간 자체도 줄고 있다.

팝업은 짧은 기간 운영되는 만큼 임대료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인력, 철거 비용 등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한다. 성수라는 이름이 주는 화제성만으로 높은 비용을 감수하기에는 브랜드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성수 팝업의 운영 방식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운영기간은 약 18일로 전년 25일보다 줄었으며, 사흘 이하로 운영되는 초단기 팝업은 1년 사이 약 7배 증가했다.

한때 부담 없이 새로운 것을 시험하는 공간이었던 팝업이 성수에서는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과를 내야 하는 비싼 마케팅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팝업스토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팝업스토어

[성수를 나온 팝업은 용산으로]

성수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용산이다. 올해 상반기 용산구에서 열린 팝업은 전년보다 150% 증가했다. 특히 아이파크몰을 중심으로 캐릭터와 IP 팝업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명동이 포함된 중구에서도 같은 기간 106개의 팝업이 열리며 전년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최근 팝업에서 다루는 콘텐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문구·도서·음반 분야의 팝업은 17개에서 77개로 352.9% 증가했고, 캐릭터 등 IP 팝업도 215개에서 359개로 늘었다. 패션과 뷰티 브랜드의 홍보 수단으로 익숙했던 팝업이 이제는 캐릭터와 음악, 식음료 등 다양한 취향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팝업의 종류가 다양해지자 필요한 공간도 달라졌다.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고 팬덤을 모으는 팝업이라면 대형 쇼핑몰이 유리하고, 해외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면 관광객이 많은 명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즉 팝업이 성수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성수가 비싸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팝업 자체가 다양해지면서 모든 브랜드가 같은 장소에 모일 필요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제2의 성수'는 없다]

과거 팝업스토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었다. 낯선 브랜드라도 성수에 독특한 공간을 만들면 사람들이 찾아왔고, SNS를 통해 빠르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팝업이 대중화되면서 활용 방식도 세분화되고 있다. 신제품을 알리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특정 캐릭터의 팬을 모으거나, 한정 굿즈를 판매하거나, 관광객에게 브랜드를 경험시키기 위해 팝업을 여는 경우도 있다. 목적이 다르다면 최적의 장소도 같을 이유가 없다.

성수의 전체 팝업 비중이 줄어드는 동시에 용산뿐 아니라 중구, 영등포, 마포 등 여러 지역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결국 지금의 '탈성수'는 팝업 시장의 축소라기보다 팝업이 하나의 마케팅 공식에서 여러 목적을 가진 전략으로 세분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때는 성수라는 장소가 팝업을 특별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팝업이 각 지역에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다. '팝업의 성지'를 찾아가던 시대에서, 각자의 취향을 따라 새로운 성지가 만들어지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울시립대 이아진]

#팝업스토어 #탈성수 #용산팝업 #오프라인마케팅 #매경플러스프렌즈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