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OTT 시대에도 극장을 찾는 이유…<오디세이>가 보여준 영화관의 생존법

숙명여대
윤가은 숙명여대 · 프렌즈 1기
2026.09.21
영화 오디세이 관련 이미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5일 국내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17일 만인 21일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서울 용산 IMAX관에서는 새벽과 심야 상영까지 매진되고, 좋은 좌석을 구하기 위해 취소표를 기다리거나 다른 지역의 IMAX관을 찾는 '원정 관람'까지 나타났다. 172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에도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OTT가 일상적인 영화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재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간 뒤 OTT를 통해 집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데, 관객들은 왜 여전히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영화관을 찾는 것일까. 최근에는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보다, 작품의 특성과 원하는 관람 경험에 따라 극장을 선택적으로 찾는 관객이 늘고 있다.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해!"...작품 따라 달라지는 관람 방식]

극장 관람 방식 관련 이미지

OTT의 확산은 영화관을 없애기보다 관객이 극장에 갈 영화를 고르는 기준을 높였다.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생산성본부의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극장 관람객들은 개봉작을 곧바로 선택하기보다 관객 평가와 후기, 입소문 등을 확인한 뒤 영화를 보는 경향을 보였다. 흥행 성적이나 이미 검증된 평판을 가진 작품을 선호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영화마다 극장과 OTT를 오가며 관람하는 '혼합형 소비' 역시 확인됐다.

이는 관객들이 영화를 접하는 기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OTT와 유튜브, SNS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영화를 소비하고 관련 정보를 접하는 경로는 다양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 방문 횟수는 감소했지만 OTT와 유튜브, SNS를 통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과 접점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제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소비해야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여러 플랫폼 가운데 상황과 작품에 따라 관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 셈이다.

['보는 곳'도 영화의 일부, 영화관의 프리미엄화]

특수상영관 관련 이미지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 영화를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하면서 영화관 역시 단순한 상영 공간에서 '집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IMAX, 4DX, ScreenX, Dolby Cinema 등 특수상영관이다. 대형 스크린과 고성능 음향, 움직이는 좌석 등 일반적인 가정의 TV나 모바일 기기로는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영화산업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5년 전체 극장 관객과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특수상영 매출은 1110억 원으로 전년보다 46.3% 증가했다. 전국의 특별관 스크린 역시 2022년 547개에서 2023년 1014개, 2024년 1152개, 2025년 1232개로 꾸준히 늘었다. 전체 영화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관람 '경험'에 돈을 쓰는 수요는 오히려 성장한 것이다.

〈오디세이〉는 이러한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작품은 장편 극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고, 북미 개봉 첫 주말 관객의 절반이 IMAX를 포함한 프리미엄 대형 포맷(PLF)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IMAX 관객만 23%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용산 IMAX관은 개봉 당일 오전 6시 30분 첫 상영부터 자정 마지막 상영까지 전석 매진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관객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특수상영관을 찾는 현상은 영화관의 경쟁력이 '콘텐츠를 먼저 볼 수 있는 곳'에서 '콘텐츠를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TT에서는 같은 작품을 편한 시간에 반복해서 볼 수 있지만, 거대한 스크린과 강한 음향,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오는 몰입감까지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도 장르와 소재뿐 아니라 음향과 시각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관객일수록 극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들에게 극장 관람은 시간과 이동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외부 여가 활동으로 인식됐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미국 영화관 업계 단체 Cinema United가 인용한 2025년 NRG 조사에서는 Z세대가 극장을 찾도록 만드는 요소 가운데 프리미엄 대형 스크린이 38%로 나타났으며, 좌석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음료와 고급 좌석도 각각 33%를 기록했다. 또 Z세대가 영화관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이 꼽혔다.

이렇게 OTT 시대의 극장은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집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바꾸고 있다. 〈오디세이〉를 둘러싼 IMAX 열풍 역시 단순히 한 작품의 흥행을 넘어, 관객들이 극장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Z세대가 극장에서 찾는 것은 영화만은 아니다]

Z세대 극장 방문 관련 이미지

영화관을 찾는 젊은 관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영화관 업계 단체 Cinema United가 공개한 NRG의 'Future of Film'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연평균 극장 방문 횟수는 2024년 4.9회에서 2025년 6.1회로 약 25% 증가했다. 연간 6회 이상 극장을 찾는 Z세대 비율도 2022년 31%에서 2025년 41%로 늘었다. 다른 연령층보다 Z세대에서 극장 방문 빈도의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영화관이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오프라인 공간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에서 각자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친구나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경험이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UCLA의 '2024 Teens & Screens' 조사에서도 10~24세가 개봉 첫 주말에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영화 관람을 꼽았다. 영화관이 젊은 세대에게 단순히 영상을 시청하는 장소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보기 전부터 시작되는 관람...SNS가 바꾼 영화 즐기는 법]

SNS 영화 마케팅 관련 이미지

극장으로 관객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SNS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예고편이나 광고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봉 이후 생성되는 짧은 영상과 밈, 관객의 반응 자체가 또 다른 홍보 콘텐츠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SNS에서 영화를 발견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반응을 본 뒤 직접 관람에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틱톡과 Cinema United가 2026년 4월 공개한 보고서는 SNS상의 영화 관련 활동과 극장 흥행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의 약 절반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발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25년 개봉한 〈씨너스(Sinners)〉는 개봉 첫 주 틱톡 게시물이 459% 증가한 가운데 두 번째 주말 관객 감소율이 5%에 그쳤다. 〈주토피아 2〉 역시 개봉 후 두 번째 주에 틱톡 게시물이 163% 늘었고 같은 기간 북미에서 5800만 달러의 매출을 추가로 달성했다. SNS에서 이어지는 대화가 영화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SNS가 실제 영화관 안의 관람 방식까지 바꾼 사례도 있다. 2025년 〈마인크래프트 무비〉 상영 당시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이 동시에 환호하고 대사를 외치는 모습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관련 연구에서는 관객들이 SNS에서 해당 장면과 다른 관객의 반응을 미리 접한 뒤 영화관에서 이를 따라 하면서, 관람 행위 자체가 하나의 집단적 퍼포먼스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영화를 본 뒤 SNS에 후기를 남기는 데서 나아가, SNS에서 본 경험을 직접 재현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SNS 시대에는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가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밈과 관객 반응이 또 다른 관객을 불러오고, 새롭게 극장을 찾은 관객이 다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면서 관심이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콘서트 예매처럼 치열해진 영화 예매, 영화 관람의 '이벤트화']

영화 예매 경쟁 관련 이미지

일부 대형 영화에서는 영화 관람이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와 비슷한 일회성 이벤트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원하는 날짜와 장소,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예매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특정 상영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현상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이를 영화 관람의 '콘서트화(concertific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일부 대작이 한정된 극장에서 IMAX 70㎜ 포맷으로 상영되면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예매 사이트가 마비되거나 표가 재판매 되는 등 인기 콘서트 티켓팅과 비슷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26년에는 〈오디세이〉에 이어 〈듄: 파트 3〉의 IMAX 70㎜ 예매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반복됐다. 미국에서 해당 방식으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은 25곳에 불과해 한정된 좌석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상영 포맷이 희소하다는 점은 관객의 이동 범위도 넓히고 있다. 〈오디세이〉를 70㎜ IMAX로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은 전 세계 41곳뿐이었고 유럽연합(EU)에서는 3곳에 불과했다. 이에 체코 프라하의 상영관에는 스페인과 북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온 관객들이 몰렸다. 노르웨이에서 자동차로 사흘을 이동해 온 가족도 있었으며, 해당 극장은 7월 27일까지 2만2000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여기에 영화관들이 상영 외의 프로그램을 더하면서 이러한 '이벤트화'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미국 Cinema Foundation은 영화관들이 지역사회 행사, 브랜드·지역 업체와의 협업, 관객 참여 프로그램, 특별 식음료와 극장 내 이벤트 등을 활용해 영화 관람 전후까지 하나의 행사로 만드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극장이 영화를 '보는 곳'에서 영화의 경험을 '확장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흥행작들은 돌아왔지만 영화관은 정말 부활했을까]

극장 관객 수 회복 관련 이미지

그러나 최근 일부 작품의 흥행과 젊은 관객의 움직임만으로 영화관이 과거의 활기를 완전히 되찾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관객 수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이전과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국내 극장 관객 수는 2억2668만 명이었다. 당시 국민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4.37회에 달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25년 관객 수는 1억609만 명에 그쳤다. 단순 비교하면 6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2026년 들어서는 관객과 매출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국내 극장 관객 수는 5705만 명, 매출액은 579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9% 증가했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의 94.2% 수준까지 회복했다. 흥행작의 등장으로 극장 시장이 지난해보다 개선되고 있지만, 이를 코로나19 이전 수준만큼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 나타나는 변화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보다 극장의 이용 방식이 재편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과거처럼 영화를 보기 위한 기본적인 창구로 극장을 이용하는 관객은 줄었지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문화 현상에 참여하고, 특정 작품의 개봉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OTT의 성장이 영화관의 종말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최근 흥행작의 성공을 영화관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OTT가 일상적인 영상 소비를 담당하는 동안 영화관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콘텐츠를 즐기고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극장의 경쟁력 역시 얼마나 많은 영화를 상영하느냐보다, 관객에게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숙명여대 윤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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