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위급한 순간 가장 먼저 경찰을 찾는다. 범죄 피해를 신고하거나 실종자를 찾을 때,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필요한 조치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기본적인 믿음에 의문을 던지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 수사와 경찰 내부 유착 의혹에 이어,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 사실까지 드러났다.
한 번의 실수라면 개인의 문제로 넘길 수 있지만, 비슷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찰의 판단과 대응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잇따른 사건을 바라보며 경찰 조직을 둘러싼 관리와 책임의 문제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찰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잇따른 사건, 경찰 신뢰에 금이 가다]
최근 경찰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업무상 실수로 넘기기 어려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의 아버지가 수사 정보를 전달받고 사건 관련 증거물을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담당 수사팀이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부실 수사와 외압 의혹으로 번졌다.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도 마찬가지다. 담당 경찰관이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장 씨의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신고자에게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고, 끝내 장 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 신고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두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국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졌는지를 되묻게 한다. 수사 과정에서 사적인 관계가 개입하거나 신고 내용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됐다면, 피해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경찰을 믿고 도움을 요청하기조차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논란은 몇몇 경찰관의 잘못을 넘어, 경찰이 맡은 권한을 얼마나 공정하고 책임 있게 행사하고 있는가라는 신뢰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경찰관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있을까]
물론 장윤기 사건과 장미란 씨 사건을 경찰 조직 전체의 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경찰 내부에서도 사건과 관련한 잘못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건을 단순히 일부 경찰관의 일탈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경찰관 가족의 개입 가능성을 걸러내지 못한 수사와 담당 경찰관의 잘못된 사건 처리가 각각 발생하면서, 개인의 판단과 행동을 조직 차원에서 점검하고 통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미란 씨 사건 담당 경찰관이 종결 처리한 실종 신고만 298건에 달해 경찰이 전수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아직 추가 허위 종결 사례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한 경찰관의 판단을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사건 종결로 이어지게 할 수 있었던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핵심은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의 잘못이 조직의 통제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와 동료나 가족의 개입을 걸러낼 장치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경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는 것만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이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제 장치는 있었는데,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사실 경찰 내부의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한 장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2020년부터 전·현직 경찰관이 사건 담당자에게 수사 상황을 묻거나 특정 방향으로 처리를 요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직원 간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6년간 접수된 위반 신고는 48건에 그쳤고, 이 가운데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3건뿐이었다. 현재도 이 제도는 경찰 내부 지침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관 가족이 사건에 연루됐을 때 공정한 수사를 위해 사건을 다른 관서로 넘기는 장치 역시 뒤늦게 마련되고 있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실시한 전수조사에서는 경찰관 가족이 사건 관계인인 사례 117건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44건은 다른 경찰서나 시도경찰청으로 이관됐다. 그동안 경찰관의 친족이 사건 관계인인 사례를 별도로 관리하는 체계가 없었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경찰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직원 간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고, 부당한 사건문의를 받은 경찰관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관 가족이 사건 관계인인 경우에도 사건을 다른 관서로 이관하는 등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장치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마련된 규정이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경찰의 권한이 커질수록 견제도 필요하다]
내부 통제 장치를 보완하는 것과 더불어, 경찰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는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경찰이 수사와 치안 업무에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그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과 결과를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는 조직 내부의 자정 노력만으로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경찰이 스스로의 수사를 감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수사 개혁위원회는 장윤기 사건에 대한 점검뿐 아니라 성폭력·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 피해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제도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질수록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는 더욱 중요해진다. 경찰의 자정 노력에만 기대기보다 독립적인 감시와 외부의 견제 장치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에게 필요한 것은 권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이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공정하게 행사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경찰이 회복해야 할 것은 '신뢰'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경찰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아무리 촘촘한 통제 장치를 갖추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외면되거나 잘못된 판단이 반복된다면 제도에 대한 국민의 믿음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경찰에 대한 신뢰는 경찰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얼마나 공정하고 책임 있게 행사하느냐에서 비롯된다. 범죄 피해자가 경찰을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며, 잘못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결국 경찰 개혁 역시 이러한 변화를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장윤기 사건과 장미란 씨 사건이 남긴 과제도 결국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사건을 계기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의 견제를 확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이 '경찰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경찰 개혁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부산대 권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