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콘텐츠를 통한 '성인 ADHD' 인식의 확산]
"나 진짜 성인 ADHD인가 봐."
터무니 없는 실수를 했을 때, 과제를 미루다 마감 직전에야 부랴부랴 시작할 때, 약속 시간에 늦거나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대개 이런 말을 한다. 숏츠나 릴스를 시청하며 화면을 내리다 보면 성인 ADHD 밈을 다룬 영상을 종종 볼 수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성인 ADHD 자가진단법'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인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란,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정신질환이다. 산만함 또는 과도한 집중, 건망증, 감정과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보이며 일상생활 전반에서 기능 저하를 겪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학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성인기에도 ADHD 증상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보고되기 시작했지만, 대중들이 이 질환에 익숙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부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프로그램 등지에서 오은영 박사의 영향으로 소아와 청소년 ADHD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하지만 성인 ADHD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본인도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2016년 9월부터 성인 ADHD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확대되고, 정신건강의학과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에세이 및 도서들이 흥행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며 대중들에게도 성인 ADHD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밈'이 된 ADHD, '정상 상태'와 흐릿해진 경계]
성인 ADHD라는 질환이 대중화되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산만한 모습을 자조할 때 "ADHD인 것 같다"며 농담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나, 문제는 이러한 가벼운 형태의 소비가 자칫 질환을 경시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약속 시간 지각, 건망증 같은 사소한 실수에도 'ADHD'라는 단어를 사용할수록 사람들은 ADHD를 그저 '좀 게으르고 산만한 병' 정도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이 굳어질수록 실제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기능 저하를 겪는 성인 ADHD 환자들의 어려움도 같은 잣대로 축소되기 쉽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당사자조차 증상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진단과 치료를 미루게 될 위험성이 생기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간의 완벽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질환'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때때로 산만해지고, 할 일을 미루며, 깜빡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정상적인 부족함이다. 그러나 모든 순간 완벽하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갓생'의 압박 속에서 이런 인간적인 실수조차 '정상을 벗어난 상태'로 치부하고 조바심을 느끼게 만든다.
[숏폼 시대… '후천적 산만함'과 구분할 것]
최근 숏폼 콘텐츠와 짧은 SNS 게시글에 반복 노출되며 후천적으로 집중력 저하를 보이는 성인들도 많은데, 이를 '팝콘 브레인' 현상이라 한다.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현실의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상태가 된 것이다. 자극적인 영상에 반복 노출될수록 내성이 생겨 더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일상적인 대화나 도서의 긴 글처럼 흐름이 느린 정보에는 흥미를 잃고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주의산만, 집중력 저하는 ADHD의 대표 증상들과 매우 비슷하지만, 신경발달학적 원인에 기반한 정신질환인 ADHD와는 분명히 다르다. 사회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습관에 가깝기 때문에 자극적인 콘텐츠 노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팝콘 브레인'이라는 용어는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의 데이빗 레비 교수가 2011년 CNN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 정식적인 의학 명칭이 아니다. 반면 ADHD는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이어져 오며 전문의의 진단과 체계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러한 현상까지 뭉뚱그려 ADHD로 일축한다면, 실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증상을 가볍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부족함은 병이 아니다, '수용하는 자세' 필요]
성인 질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주변에 언제나 정신질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정신의학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데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관심이 질환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조금 허술하고 집중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환자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 질환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간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ADHD를 겪는 이들은 업무나 학업은 물론 대인 관계, 일상적인 대화조차 버거울 만큼 심각한 기능 저하를 겪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진짜 고통 받는 이들의 어려움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숭실대 김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