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포토카드 한 장 빼고 버려지는 앨범…K-팝 판매량의 그늘

연세대
전영은 연세대 · 프렌즈 1기
2026.09.27
도쿄 시부야 길거리에 버려진 세븐틴 앨범
도쿄 시부야 길거리에 버려진 그룹 세븐틴의 앨범 <출처=X>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서 그룹 세븐틴의 앨범이 일본 도쿄 시부야에 버려진 모습이 화제가 됐다. 알맹이인 CD와 책자 형태의 화보집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깨끗한 상태로 덩그러니 남아있지만, 내부 부속품이 들어있던 자리만 휑하게 비어있다.

팬들이 앨범을 상자째 구매한 뒤, 자신이 원하는 단 한 장의 '포토카드(포카)'만 챙기고 나머지 실물 앨범은 그 자리에서 폐기한 흔적이다. 본래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존재하던 실물 음반이 사실상 수집용 굿즈를 얻기 위한 무용지물로 전락하면서, K-팝 음반 시장의 기형적인 유통 구조와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키키, 몬스타엑스 앨범 판매 상세페이지
키키, 몬스타엑스 앨범 판매 상세페이지

[확률형 뽑기가 된 음반… 팬심을 인질 잡는 고도화된 상술]

이처럼 팬들이 동일한 앨범을 수십, 수백 장씩 폭식하듯 사들이게 만드는 배경에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치밀하고 고도화된 상술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수십 가지 형태로 쪼개진 랜덤 포토카드 수집 시스템이다.

기획사들은 멤버별, 앨범 버전별은 물론 판매처에 따라 각기 다른 '미공개 포토카드(미공포)'를 무작위로 동봉하여 배포한다. 모든 구성품을 수집하고 싶어 하거나 특정 멤버의 희귀 포토카드를 얻고자 하는 팬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일종의 확률형 뽑기 게임을 하듯 앨범을 끝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여기에 팬들과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만남을 인질로 잡는 이벤트 응모 구조가 대량 구매를 더욱 부추긴다. 대면 팬사인회나 1대1 영상통화 이벤트 당첨 권한을 오직 앨범 구매 수량에 비례하여 부여하기 때문이다. 몇 분 남짓한 짧은 소통의 기회를 얻기 위해 팬들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며 앨범을 쏟아붓듯 결제한다.

이와 동시에 발매 첫 주 음반 판매량을 의미하는 '초동 기록'이 아티스트의 성패와 팬덤의 위상을 증명하는 절대적 척도로 치부되면서, 팬덤 내부적으로도 앨범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일명 '총공(총공격)' 문화가 당연한 의무처럼 고착화되었다.

[CD 플레이어도 없는데… 쏟아지는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이렇게 기형적으로 폭증한 음반 판매량이 곧바로 처리 곤란한 플라스틱 쓰레기 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완전히 대중화된 오늘날, CD 플레이어조차 소지하지 않은 팬들에게 대량으로 남겨진 실물 CD와 화보집은 사실상 쓸모없는 짐에 불과하다.

실물 앨범은 플라스틱과 PVC, 코팅 처리된 고급 종이, 비닐, 디스크 등 온갖 복합 재질로 제작되어 있어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극도로 어렵다. 결국 수백만 장의 앨범이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수순을 밟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와 유독물질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아일릿 친환경 앨범 SUPER REAL ME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걸그룹 아일릿의 앨범 'SUPER REAL ME'

[재질만 바꾼 친환경 앨범… 그린워싱에 그치는 자구책]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기획사들은 친환경 잉크와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하거나, CD 대신 QR코드 및 NFC 카드로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디지털 앨범'을 도입하며 자구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포장재의 재질만 바꿨을 뿐, 디지털 앨범 패키지 안에 여전히 '실물 랜덤 포토카드'와 팬사인회 응모권을 동봉해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본질적인 유통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팬들에게 또 다른 상술을 펼치는 면피성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K-팝 산업의 결단]

글로벌 문화 시장을 선도하는 K-팝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수치상의 판매량 기록 경신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제도적 결단이 요구된다.

팬들의 애정을 '가챠(확률형 뽑기)' 시스템처럼 이용하는 사행성 마케팅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팬사인회 응모 방식을 추첨제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시급하다. 버려지는 앨범 쓰레기 위에서 올려다보는 화려한 판매량 탑은 언젠가 무너질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K-팝 산업 전체가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연세대 전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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