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하나 샀을 뿐인데…"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컵라면을 집었다가 2천 원 안팎의 가격을 마주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하반기 들어 주요 라면 업체들이 잇따라 컵라면 가격 인상에 나섰다. 농심과 오뚜기에 이어, 팔도도 일부 컵라면 가격을 인상한다고 최근 밝혔다. 국내 주요 라면 업체 4곳 가운데 삼양식품을 제외한 3곳이 컵라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라면 가격까지 오른 걸까?
[농심 이어 오뚜기·팔도까지… 컵라면 값 오른다]
농심은 이달 1일부터 육개장사발면 등 용기면 18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오뚜기도 다음 달 7일부터 컵라면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7% 올린다. 팔도 역시 다음 달 1일부터 일부 용기면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한다.
이번 조정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 예상 판매 가격은 진라면 매운맛 용기(110g)와 열라면 용기(105g)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참깨라면 용기(110g)가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또 팔도 왕뚜껑의 경우 출고가 기준으로 기존 975원에서 1,040원으로 가격이 인상된다.
다만 세 업체 모두 가격 민감도가 높은 봉지라면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컵라면의 가격 인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라면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왜 불가피했을까?
[라면 값 인상 뒤엔 '원가 상승' 있었다]
라면 업체들은 주요 원재료와 포장재 가격 상승, 고환율 등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았다. 중동 전쟁 등 국내외 정세에 따라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과 팜유뿐 아니라 필름과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소맥(HRW) 평균 가격은 톤당 266.31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9.1% 올랐다.
오뚜기 관계자는 "주요 원재료와 포장재 가격 상승,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누적됨에 따라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성비 한 끼' 컵라면도 런치플레이션]
점심 물가 상승을 뜻하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저가 식품으로 여겨졌던 컵라면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 기조와 런치플레이션은 컵라면 성장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서울 강남·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의 평균 점심값이 1만 4635원에 달한다. 대학 캠퍼스의 학생식당 물가마저 한 끼에 8천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과 2030 직장인에게 컵라면은 비싼 점심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마저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한 끼'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
[비싸졌는데도… 컵라면 시장은 커졌다]
컵라면 가격 인상이 잇따르는 가운데, 그럼에도 컵라면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인스턴트 라면 시장 규모는 3조 5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컵라면 시장 규모는 1조 6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2020년 8000억 원대였던 시장이 5년 새 약 30% 성장한 셈이다.
반면 지난해 봉지라면 시장은 전년 대비 0.3% 신장한 1조 9876억 원으로 집계됐다. 봉지라면 시장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 900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때 1000원 안팎이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던 라면은 이제 '가성비 한 끼'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컵라면 가격 인상은 단순히 라면 한 개의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비싼 점심을 피해 선택했던 '저렴한 한 끼'마저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런치플레이션'의 현실을 보여준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경북대 임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