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40조원 통 큰 결단…SK하이닉스, 왜 자사주를 다 태울까

서강대
이수민 서강대 · 프렌즈 1기
2026.10.06
SK하이닉스 자사주 소각 관련 이미지

SK하이닉스가 국내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결의 전날인 8월 18일 종가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약 2407만주, 전체 발행주식 7억3049만여 주의 3.3%에 해당한다. 자사주 취득은 8월 20일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되며 취득을 마친 주식은 모두 소각할 예정이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발표 다음 날인 20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73% 오른 169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다만 같은 날 국내 증시 전반이 크게 반등했고 미국 국채 매입 관련 기대 등 다른 요인도 동시에 작용했던 만큼 하루 주가 상승을 모두 자사주 소각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40조원이라는 금액뿐 아니라 취득한 주식을 전량 소각한다는 점이다.

[매입한 자사주를 왜 다시 없앨까]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시장에 유통되는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기업이 보유하는 자기주식에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인정되지 않고 주당순이익(EPS)을 계산할 때도 유통주식에서 제외된다.

자사주 소각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기업이 보유하던 자기주식을 없애 발행주식 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계속 보유하면 향후 이를 임직원 보상이나 인수합병, 시장 매각 등에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반면 소각하면 해당 주식의 재유통 가능성이 사라진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사들이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한 것도 주주환원의 효과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회사 역시 이번 결정을 두고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 중장기 성장성에 비해 현재 주가가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 줄면 EPS는 올라가지만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지표가 주당순이익(EPS)이다. EPS는 기업의 순이익을 일정 기간의 가중평균 유통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주식 한 주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순이익이 1000억원인 기업의 유통주식이 100주라면 주당 이익은 10억원이다. 순이익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이 90주로 줄면 주당 이익은 약 11억1000만원으로 높아진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은 EPS 계산의 분모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주식 수와 EPS 관계 그래픽
같은 이익이라도 주식 수가 줄면 1주당 이익(EPS)은 커질 수 있다

다만 EPS 상승과 기업의 실제 이익 증가를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사용해야 한다. 주식 수가 줄더라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그 자체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자사주 소각만으로 기업가치나 주가 상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몇 주를 없앴는가'보다 기업이 주주에게 자금을 돌려주고도 향후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가에 가깝다.

[40조원 주주환원 가능하게 한 69조원 순현금]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빠르게 개선된 현금창출력이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원으로 늘었고 차입금은 18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69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주주환원 기준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발표한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를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이를 누적 FCF의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기로 했다. 고정배당과 특별배당 등 추가 환원 방안도 검토한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사용한 자금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이다. 특히 대규모 공장과 첨단 장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반도체 기업에서는 회계상 이익뿐 아니라 투자 이후 실제로 얼마나 많은 현금이 남는지가 주주환원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SK하이닉스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SK하이닉스 2026 2분기 경영실적

['자사주 소각=호재'보다 중요한 자본배분]

자사주 소각을 무조건적인 호재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에는 여러 사용처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도 있고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역시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기업이 벌어들인 자금을 어디에 배분하는지를 '자본배분'이라고 부른다.

성장 기회가 충분한 기업이 필요한 투자를 줄이면서 자사주 매입에 자금을 사용한다면 장기적인 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반대로 필요한 투자와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뒤에도 현금이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초과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동시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7일 AI 메모리의 중장기 생산기반 확보를 위해 용인 Y2와 청주 M17에 총 54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주주환원과 설비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현금흐름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40조원 자사주 소각을 평가할 때는 소각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SK하이닉스의 본업에서 현금이 계속 창출되는지, AI 메모리 투자를 충분히 이어가면서도 주주환원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 수를 줄이는 효과는 계산할 수 있지만 기업가치가 그만큼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11월까지 자사주 취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와 실제 소각 여부, 2025~2027년 누적 FCF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는지가 이번 발표의 효과를 판단할 다음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서강대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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