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애 프로그램이야?"
TV와 OTT를 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는 전 연인을 다시 마주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한다. 소재만 놓고 보면 비슷해 보이는 연애 예능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비슷한 연애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연애 예능은 왜 계속해서 등장하고 또 사랑받는 것일까.
[타인의 연애에 몰입하는 이유]
연애 예능의 가장 큰 매력은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드라마 속 사랑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지만, 연애 예능에서는 출연자의 선택에 따라 관계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보일지, 처음에는 관심 없던 사람이 마음을 바꿀지, 전 연인과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시청자를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관계의 해석자'로 만든다. 출연자의 말과 행동을 보며 마음을 추측하고, 다음 선택을 예상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연애 경험이나 이상형을 출연자에게 투영하면서 '대리 연애'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연애 예능, 이제는 '차별화' 싸움]
연애 예능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연애'라는 익숙한 소재를 끊임없이 다르게 변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연애 경험 자체 또한 프로그램을 가르는 조건이 됐다. '돌싱N모솔'은 결혼과 연애를 경험한 돌싱 여성과 모태솔로 남성의 만남을,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연애 경험이 없는 청춘들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제는 가족과 삶의 경험까지 소재가 확장되고 있다. SBS '내 남은 연애'는 시한부 선고나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을 경험한 청춘들의 사랑을 다룬다.
연애 예능의 차별화 방식이 '연애 방식'에서 '출연자의 경험과 배경'까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남녀의 만남만으로는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어려워지면서, 제작진은 출연자의 연애 이력과 가족관계, 인생의 굴곡까지 세분화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작진에게 연애는 이미 익숙한 소재이면서도 새로운 규칙을 붙일 수 있는 '확장성 높은 콘텐츠'인 셈이다.
[OTT가 연애 예능을 놓지 못하는 이유]
시청자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연애 예능은 매력적인 장르다. OTT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은 시청자가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만들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공간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연애 예능은 이런 특성과 잘 맞는다. 본편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출연자의 행동이나 관계를 두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한 회차에서 발생한 갈등이나 새로운 커플의 탄생이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되면서 콘텐츠의 수명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OTT 플랫폼에게 연애 예능은 시청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화제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다. 치열한 OTT 경쟁 속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연애 예능을 향한 플랫폼의 관심도 쉽게 식지 않는 것이다.
[연애 예능이 보여주는 것은 사랑만이 아니다]
연애 예능의 인기는 단순히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청자는 누군가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설렘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선택과 갈등, 오해와 화해를 관찰한다. 누군가의 연애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출연자의 행동을 두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 예능은 더 이상 단순히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사랑이라는 소재에 새로운 출연자와 규칙, 관계를 더하며 매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됐다.
'또 연애 예능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와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시청자가 존재하는 한 연애 예능의 변주는 계속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누군가의 연애가 아니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세종대 신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