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곳곳에 안내문이 붙었다. "소중한 독서 순간이 낯선 대화나 시선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세요." SNS에서 '서점 번호 따기'가 유행하며 실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나오자 서점이 내놓은 '독서 공간 에티켓'이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8월 29일 토요일 오후, 광화문의 두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들른 영풍문고는 한산했다. 매대 앞에 서서 목차를 훑다 내려놓는 사람, 고른 책을 독서대에 펼쳐 읽는 사람. 혼자 책을 고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교보문고는 달랐다. 독서대와 앉을 공간은 이미 만석이어서 사람들은 책장 사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 커플, 가족까지 뒤섞여 있었고, 아이 손을 잡은 손님이 유독 많은 것도 영풍과 다른 점이었다.
두 공간 모두 번호를 묻는 사람 대신 책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걸어서 5분 거리의 두 서점은 같은 책을 파는 곳이라고 하기엔 꽤 다른 공간으로 보였다.
[독서 공간은 둘 다 있었다]
차이가 독서 공간 자체에서 오진 않았다. 두 서점 모두 손님이 머물 수 있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내주고 있었다. 영풍문고는 매장 가운데에 서서 읽을 수 있는 독서대를 6개 두었고, 한 쪽에는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했다.
교보문고에는 20명 정도를 수용하는 긴 테이블이 있고, 일부 책장에는 책을 펼쳐 읽을 수 있는 선반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계산하지 않은 책을 들고 들어갈 수는 없지만 매장 안에 스타벅스도 있었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손님을 제지하는 직원은 어느 쪽에도 없었다.
자리는 양쪽 다 있었다. 다만 그 자리를 찾는 사람의 수가 달랐다. 영풍의 독서대와 테이블은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교보문고는 자리를 찾지 못해 바닥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많았다.
[내세운 책이 달랐다]
두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 15권을 비교해보니 「수족관」, 「모순」, 「싯다르타」, 「오디세이아」 등 절반 이상이 겹쳤다. 잘 팔리는 책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 다른 것은 매장에서 가장 크게 내세운 책이었다.
영풍문고에서 가장 크게 홍보하고 있던 책은 오건영의 부의 갈림길, 그리고 사라지는 돈 살아남는 돈 불어나는 돈이었다. 경제와 재테크 분야였다.
교보문고가 그날 앞세웠던 책은 결이 달랐다. 큰별쌤 최태성의 「지금 세계사」1, 2권과 「투명한 나선」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교양과 대중소설로 온 가족이 한 권씩 집어 들 수 있는 구성이었다.
매대는 수시로 바뀌니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다만 이날 두 서점이 앞세운 책과 두 서점을 채운 손님들은 꽤 닮아 있었다.
[머무는 이유가 달랐다]
책 말고 다른 것을 파는 공간은 두 서점 모두에 있었다. 영풍문고에도 전자제품과 문구 매대가 있었고, 헤드셋처럼 직접 써볼 수 있는 제품도 진열돼 있었다.
교보문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키크론의 대형 키보드 체험대, 로지텍 기기를 만져볼 수 있는 자리, 전시관.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다. 실제로 이날 그 앞에 멈춰 선 손님 중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느 서점으로 갈 것인가]
두 서점은 같은 손님을 놓고 경쟁하는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열이 아니라 성격의 차이다. 읽을 책이 정해져 있고 조용히 고르고 싶다면 영풍문고, 정해둔 책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교보문고다.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광화문에 갈 일이 있다면 두 곳 다 들러보는 건 어떨까.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동국대 이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