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루 동안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시락을 싸거나 정해진 현금만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출을 관리하고, 절약 과정을 기록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특히 생활비 부담이 큰 대학생에게 절약은 모든 소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고 원하는 곳에 돈을 쓰기 위한 하나의 소비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6년에도 다양해진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는 '무지출 챌린지']
'무지출 챌린지'는 일정 기간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거나 지출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말한다. 몇 년 전 고물가와 함께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무지출 챌린지가 2026년에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도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트렌드 데이터 분석 사이트 K트렌드뷰가 네이버·유튜브·구글 등의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수집·분석한 결과, 지난 26일 '무지출 챌린지'는 네이버 트렌드 지수(NTI) 100점을 기록하며 검색 관심도 1위 키워드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무지출 챌린지는 여러 차례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았다. 정부 정책주간지 K-공감은 지난 3월 무지출 챌린지를 최근의 '스테디 트렌드'로 소개하며, 하루나 일주일 동안 불필요한 소비를 끊는 것뿐 아니라 현금 바인더를 활용해 지출을 관리하거나 카페 대신 집에서 커피를 준비하고 도시락을 챙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생활물가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8% 상승했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2.5% 올랐으며, 이 가운데 식품 이외 품목은 3.2% 상승했다.
높아진 생활비 부담 속에서 단순히 지출을 참는 데서 나아가 절약 자체를 하나의 목표로 설정하고 기록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Apple 앱스토어에는 하루 동안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았는지를 기록하고 연속 성공 일수를 확인하거나 친구와 절약 기록을 비교할 수 있는 '무지출·저소비 절약 챌린지' 앱도 서비스화되고 있다. 해당 앱은 지난 8월에도 업데이트됐다.
[대학생 10명 중 8명 "나는 절약 소비한다"]
실제 대학생들의 소비 인식에서도 절약하는 성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전국 17개 시도 만 15~55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지출 정기조사에서 대학(원)생 및 휴학생 응답자의 81.6%가 자신의 소비습관이 '절약 소비'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계획 소비'를 한다는 응답도 70.9%에 달했다.
대학생이 실제로 사용하는 돈의 규모를 살펴보면 생활비 부담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서 대학생의 월평균 지출액은 약 68만1000원으로 2021년 58만3000원보다 16.8%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누적 물가 상승률이 약 13.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력의 증가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특히 대학생 지출의 32.0%가 식비, 15.5%가 교통비로 나타났다. 두 항목만으로 전체 지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전체 조사 대상과 비교해도 대학생의 식비와 교통비 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국 대학생에게 절약은 단순한 유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정된 생활비 안에서 식비와 교통비 등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와도 맞닿아 있다.
['냉털'부터 현금생활, 거지맵까지…일상 속 절약하는 방식도 다양]
절약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무지출 챌린지가 하루 동안 돈을 전혀 쓰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소비까지 무조건 포기하기보다는 같은 필요를 더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도시락이다. 외식 대신 집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학교나 직장에 가져가면 한 끼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이른바 '냉털(냉장고 털기)'도 식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카드 대신 사용할 금액을 미리 정해 현금으로 생활하는 '현금생활'도 절약 방법 중 하나다. 월별 예산을 식비나 생활비 등으로 나눈 뒤 정해놓은 금액 안에서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금 바인더를 이용해 항목별 예산을 직접 나누면서 자신이 얼마를 사용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최근에는 기술을 이용해 소비 자체를 관리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1만 원 이하 음식점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처럼 저렴한 선택지를 함께 찾거나, 무지출 성공 일수를 기록하는 앱을 활용하는 식이다.
즉 2026년의 절약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하루'를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식을 도시락으로, 카페 음료를 직접 준비한 음료로 바꾸는 것처럼 원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비용을 낮출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도시락은 싸도 콘서트는 간다…대학생들의 '선택적 소비']
그런데 이런 대학생의 소비에서 흥미로운 점도 나타난다. 절약한다고 해서 모든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조사에서 대학생의 81.6%가 절약 소비를 한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44.7%는 자신에게 충동구매 성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조사 대상의 충동구매 응답률 33.4%보다 11.3%포인트 높다. 과소비 성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대학생은 28.2%로 전체 평균 23.2%보다 높았다.
대신 무엇에 돈을 아끼고 무엇에 돈을 쓰는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나뉜다. 평소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항목으로 여가비를 선택한 대학생은 19.4%였다. 전체 조사 대상에서는 같은 응답이 12.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생이 상대적으로 여가와 경험을 위해서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는 도시락을 싸거나 저렴한 상품을 찾으면서 생활비를 아끼더라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미나 여가에는 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절약'과 '소비'라는 상반된 행동처럼 보이지만, 한정된 예산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소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학생 A씨(25)는 "개인적으로 식비와 같은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지출을 줄이는 대신, 아낀 돈으로 색다른 경험을 사고 싶다"며 "과시 욕구와 강한 자극들로 가득 찬 현 사회의 문화가, 젊은이들의 '지출 우선순위'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지출 챌린지의 확산은 절약의 기준이 단순한 지출액에서 개인의 소비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를 줄이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자신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고 필요와 선호에 따라 지출을 조정하는 과정이 된 것이다. '오늘 0원을 썼다'는 기록 뒤에는 절약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끼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자신만의 소비 기준을 만들어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숙명여대 윤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