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24 12:48 (토)
경제

1,500원 찍던 환율, 뚝 떨어졌다…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산대
강민경 전남대 · 18기 서포터즈
2026.09.13

● 17년 만의 고환율에서 23개월 만의 저환율로…두 달 새 벌어진 반전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환율의 일상화'는 한국 경제의 화두였다. 지난 6월 8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 달러 강세, 외국인 자금 이탈,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결과였다.

그런데 불과 두 달여 만에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9월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5원 내린 1,336.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4년 10월 이후 약 2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년 사이 200원 넘게 하락한 셈으로, 시장의 관심은 '왜 이렇게 갑자기 떨어졌는가', 그리고 '이 흐름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 왜 떨어졌나…반도체 수출 호황, 기업 달러 매도, 한은 금리 인상이 겹쳤다

환율 급등락 타임라인
환율 급등락 타임라인

환율 급락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 확대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규모는 지난해보다 7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업종의 실적 호조로 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물량이 크게 늘면서 원화 강세를 밀어붙인 것이다.

둘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면 원화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엔화 강세에 따른 동조 현상이다. 최근 엔화가 수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로 돌아섰고, 달러 약세와 맞물려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전반이 함께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넷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다. 지난 9월 7일 하루에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약 2조5,000억원 순매수했고, 같은 날 코스피 지수는 4% 이상 급등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리면서 원화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 원화 강세, 누구에게는 호재 누구에게는 악재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는 경제 주체별로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와 수입업체에는 긍정적이다. 원유·원자재 등 수입 물가 부담이 줄어들면서 국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환전 비용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1,500원대 환율에서 1,000달러를 환전하려면 1년 전보다 10만원 이상 더 필요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환율 하락은 체감상 큰 변화다.

반면 수출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같은 규모의 달러화 매출을 올리더라도 이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로 비용을 지출하고 달러로 매출을 올리는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기업에는 환율 하락이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환율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주식 가격이 그대로라고 가정해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떨어지면 1,000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은 원화로 환산했을 때 15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줄어든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환율만으로 원화 기준 자산 가치가 약 6.7% 감소하는 셈이다. 반대로 해외주식을 새로 매수하려는 투자자에게는 같은 달러를 더 적은 원화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이처럼 원화 강세는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수출기업이나 기존 해외주식 투자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바닥 단정은 이르다…엇갈리는 전망

원화 강세 수혜/피해 업종 비교
원화 강세 수혜/피해 업종 비교

향후 환율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발표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컨센서스는 2026년 말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안팎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최근의 급격한 하락세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관세 불확실성 해소와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환율이 추가로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즉, 현재로서는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 환율은 숫자가 아니라 생활이다

환율은 단순히 외환 딜러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해외여행 경비, 수입 물가, 기업의 수출 실적, 나아가 국내 물가와 금리 정책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6월의 '1,500원대 고환율'과 9월의 '1,330원대 저환율' 사이 두 달 남짓한 간극은, 환율이 얼마나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특정 정치·경제 이벤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환율 변동성 자체를 관리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과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화 강세가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전남대학교 강민경]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