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서서 들어가는 어른들
용산역에서 나와서 아이파크몰에 들어갈 때 ‘도파민스테이션’이라는 곳과 연결된다. 도파민스테이션이 뭘 하는 곳인지 몰라도, 아이파크몰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해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이곳에는 인기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많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끔 하는 닌텐도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최근 몇 년 새 많은 팬을 모은 치이카와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곳을 꽉 채우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 굿즈가 입고됐을 때는 오후 3시 즈음에는 대기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필자는 ‘치이카와샵’에서 대기해본 적이 있는데, 특별한 굿즈가 입고된 날이 아니었는데도 매장을 빙 둘러싼 줄에 서서 30분 정도 대기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치이카와샵 고객층을 보면, 캐릭터라고 해서 어린아이들이 많을 거라는 편견은 이 시대엔 통하지 않았다. 주 고객층은 20대였고, 40대까지도 연령대는 정말 다양했다.
● 650만 명, 임대료를 캐릭터가 낸다는 것
이 인기는 수치로 보면 더 확실해진다. 도파민스테이션은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 650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평균 방문객만 3만 8천 명에 달한다. 이 공간이 자리한 아이파크몰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해 6,5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흐름은 도파민스테이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로는 국내 키덜트 시장은 2014년 5천억 원에서 2020년 1조 6천억 원으로 성장했고, 향후 11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까짓 소액 소비’로 치부하기엔, 이 숫자들의 무게가 다르다. 완구 시장 전체는 정체됐지만(2024년 1조 5천억 원, 전년 대비 0.7% 감소), 피규어·인형 카테고리만 17% 성장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 이 인기, 정작 주인은 대부분 외국에 있다
그런데 이 매출이 온전히 ‘우리 경제’의 것이라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도파민스테이션을 채운 대표 캐릭터들인 닌텐도, 치이카와, 이외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모두 일본 기업이 소유한 IP다. 캐릭터 상품화 사업은 원래 라이선스·로열티 계약을 기반으로 하며, 소비자가 지급하는 가격의 일정 비율이 로열티로 IP 원소유주에게 돌아간다. 즉 이 소비가 국내 유통업을 살찌우는 건 분명하지만, 캐릭터라는 ‘콘텐츠 자산’ 자체의 부가가치는 해외 기업에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장에서 정작 우리는 어떤 자리에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 그래도 국내에 남는 것들
인기의 주인이 외국에 있다고 해서 이 열풍이 국내 경제에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매장 임대료, 운영 인력 고용, 방문객이 주변에서 소비하는 식비까지 더하면 오프라인 유통 및 상권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쌓이는 돈은 분명히 존재한다.
심지어 이 소비는 ‘MZ세대의 재테크’ 영역까지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정 판매되거나, 품절되어 더 이상 재판매하지 않는 상품들이 리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가 2만 8천 원대였던 '치이카와 갸루' 시리즈 인형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27만 5천 원에 판매되고 있는 걸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중고나라의 ‘키덜트’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늘었다. 캐릭터 소비가 단순한 취미 지출을 넘어 투자의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 가나디의 일본 진출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그렇다면 우리나라 콘텐츠 자산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한국 작가 ‘짤쓸사람’의 캐릭터 ‘가나디’가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X(구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은 이 캐릭터는, 이제 일본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가나디는 도쿄 시부야109 쇼핑몰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여 행사 기간 내내 방문객 발길이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듯이, 한국 캐릭터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되어주었다.
또한 일본의 산리오(Sanrio) 캐릭터인 폼폼푸린과 한교동이 한국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와 콜라보한 것도 우리나라 캐릭터의 위상을 알아볼 기회이다. 일본 캐릭터 굿즈의 주 소비자 층에 한국이 있어서 한국 브랜드와의 콜라보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해볼 수 있다. 귀여움이 정말 세상을 구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귀여움이 경제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국민대학교 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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