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한일전을 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한국 대표팀에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등 KBO 리그 구단 소속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일본 대표팀 명단에는 토요타자동차, ENEOS, NTT서일본, 일본생명 등 낯익은 기업 이름이 등장한다.
왜 일본 대표팀에는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회사 소속 선수들이 출전한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대체 어떤 선수들일까?
● 일본 대표팀, 왜 프로가 아닌 사회인야구 선수일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일본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야구 대표팀을 꾸렸다. 한국은 KBO 리그에서 뛰는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반면, 일본은 일본야구연맹(JABA)이 선발한 사회인야구 대표팀을 출전시켰다. JABA는 이번 대회 대표팀을 공식적으로 ‘사회인 일본대표’로 발표했고, 24명의 선수 역시 모두 사회인야구팀 소속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것일까?
그 배경에는 일본의 프로야구와 사회인야구가 별도의 체계로 운영되는 구조가 있다. 일본프로야구를 담당하는 NPB와 사회인야구를 담당하는 JABA가 각각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시안게임에서는 JABA가 사회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일본 대표팀을 구성해 출전해왔다. 이번 대회 역시 JABA가 사회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대표 선수를 선발해 대표팀을 꾸렸다.
따라서 이번 일본 대표팀은 프로야구에서 선수를 차출한 팀이 아니라 일본이 별도로 운영해온 사회인야구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성된 대표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표팀 명단을 살펴보면 토요타자동차, ENEOS, JFE서일본, JR동해, NTT서일본, 일본생명 등 다양한 기업 이름이 등장한다. 24명의 선수 모두 기업이나 클럽이 운영하는 사회인야구팀에 소속돼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대표팀 주장 아자와 료스케는 토요타자동차, 투수 히구치 신은 오지의 사회인야구팀에서 뛰고 있다. 이들은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야구팀에서 활동하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이다.
즉, 회사원이 국가대표가 됐다기보다, 일본에는 프로야구와 별도로 기업을 기반으로 선수들이 활동하고 국가대표까지 선발되는 사회인야구 시스템이 존재하며 ‘기업에 소속된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고 이해하면 쉽다. 그렇다면 이 선수들은 평소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기업은 왜 야구팀을 운영하는 것일까?
● 선수들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기업은 왜 야구팀을 운영할까?
‘사회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모든 선수가 일반 직장인처럼 똑같이 근무한 뒤 퇴근해서 야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기업마다 선수의 업무와 훈련을 병행하는 방식, 야구에 할애하는 시간과 지원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팀인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선수들은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면서 동시에 야구팀의 선수로 활동한다. 즉, 야구만을 위해 별도의 프로구단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으로 고용된 상태에서 회사가 지원하는 훈련과 경기에도 참여하는 구조다. 토요타는 스포츠클럽 운영 목적 가운데 기업의 일체감 형성, 직원들의 의욕 향상, 인재 육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선수 생활과 회사 생활이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다. 선수들은 기업 소속 직원이라는 지위를 유지하면서 팀 훈련과 대회에 참가하고, 기업 역시 선수들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포츠 활동을 지원한다. 다만 구체적인 근무 형태나 담당 업무는 선수와 기업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회인야구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근무한다고 볼 수는 없다.
토요타가 야구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스포츠를 직원 간의 일체감과 기업문화 형성에 활용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선수를 단순히 경기에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구성원으로 육성하면서 동시에 기업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회인야구팀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이 기업의 이름을 걸고 경기에 나서면서 직원과 지역 주민이 회사를 응원하는 계기가 되고, 스포츠를 통해 기업과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인야구의 대표적인 대회인 도시대항야구가 대표적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업을 대표해 대회에 참가하고 회사 직원과 지역 주민들은 같은 팀을 응원한다.
결국 사회인야구는 기업이 선수를 고용하고, 선수가 기업을 대표해 경기에 나서며, 스포츠가 다시 직원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 프로가 아니어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사회인야구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선수들에게 프로 외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사회인야구에서 활동하다가 NPB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진출하는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사회인 출신 NPB 지명 선수는 매년 10명 이상이었다.
즉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프로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팀에 소속돼 경기를 계속하며 실력을 키우고, 이후 다시 프로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일본 대표팀 역시 이런 사회인야구 시스템에서 모였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기업에서 경쟁하지만 국가대표가 되면 하나의 팀으로 뭉친다.
● 한일전에서 보인 것은 ‘프로 vs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한국이 이번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결과만 보면 한일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선수들이 성장하고 경력을 이어가는 방식의 차이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이 선수들의 주요 무대라면 일본에는 기업이 선수의 고용주이면서 동시에 야구팀의 운영 주체가 되는 사회인야구라는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번 한일전에서 눈여겨볼 것은 단순한 승패만이 아니다. 기업은 어떻게 인재를 고용하고, 선수는 어떻게 경력을 이어가며, 스포츠는 기업과 지역사회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일본의 사회인야구는 야구장 안의 이야기를 넘어 기업과 인재, 고용과 스포츠가 연결되는 일본만의 사회적 시스템을 보여준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숙명여대 우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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