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내려갔다는데, 왜 밥값은 그대로지?”
최근 국가데이터처를 통해 발표된 물가 지표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2026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월(3.1%)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숫자로만 보면 그동안 빠르게 상승하던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학로 내 식당의 메뉴판이나 번화가의 카페의 가격표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밥 한 끼, 커피 한 잔부터 여행, 각종 생활서비스와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물가상승률은 낮아졌다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는 걸까?
● 소비자 물가 상승률 2.9%, 정말 물가 상승의 압박이 사라진 걸까?
먼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왜 2%대로 내려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저효과’이다. 기저효과란 현재의 수치가 실제 변화뿐만 아니라 비교 대상이 되는 과거의 수치가 높거나 낮았던 영향까지 받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에는 지난해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비교 효과가 사라지면서 휴대전화료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추석을 앞둔 출하 물량 증가와 할인 지원 등에 따른 농산물 가격 안정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역시 영향을 줬다. 중동 정세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소비자에게 미치는 가격의 부담을 일부 제한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없었다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 수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2.9%라는 숫자는 단순히 ‘물가가 잡혔다’라는 의미로만 볼 수 없다. 실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부분도 존재하나, 기저효과와 농산물 가격 안정,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따라서 2.9%라는 숫자만으로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 물가 상승률은 낮아졌는데, 왜 우리가 느끼는 물가는 다를까?
이번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서 함께 주목할 점은 ‘개인서비스 물가’다.
9월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9%보다 높게 나타났다. 개인서비스에는 외식과 여행을 비롯해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되는데, 이러한 개인서비스 물가를 보면 공식 물가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물가’ 사이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종합한 ‘평균’적인 지표다. 반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물가는 자신의 소비생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대학생이 외식을 자주 하고 카페나 여행 등에 많은 돈을 사용한다면, 이러한 서비스 가격이 평균보다 빠르게 오를 때 공식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뉴스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이야기하는데도 정작 소비자는 더 많은 물가 부담을 질 수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언제쯤 “물가가 잡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가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식·여행 등 일상과 가까운 서비스 가격도 함께 진정돼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 가격에는 식재료비뿐만 아니라 인건비·임차료·운송비 등 다양한 비용이 반영돼 있어,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한번 오른 가격이 쉽게 내려가기는 어렵다.
높은 서비스 가격이 이어지면 소비자는 외식이나 여행, 문화생활처럼 비교적 줄이기 쉬운 지출부터 아끼게 된다. 이는 음식점과 카페, 숙박·여행업 등 서비스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지갑을 닫고, 사업자는 높은 비용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한두 달의 물가상승률만으로 물가 안정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제유가와 환율,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는 동시에 외식·여행 등 서비스 가격의 상승세까지 함께 둔화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국 물가 안정은 하나의 숫자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의 가격 상승 압력이 함께 줄어들 때 비로소 체감할 수 있다.
이번 2.9%라는 숫자에는 물가 상승세의 둔화뿐만 아니라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돼 있다. 반면 외식과 여행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가격 상승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물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올랐는지, 내렸는지만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하나의 경제지표 뒤에 어떤 변화와 배경이 숨어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다음에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얼마나 낮아졌을까?”보다 “왜 낮아졌을까?”를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경북대 권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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