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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화 받고, 궁합 보고, 세계관에 입장하고… 엔시티 위시가 보여준 체험형 프로모션

국민대
신지원 국민대 · 18기 서포터즈
2026.10.09

● 컴백은 많은데, 기억나는 프로모션은 왜 적을까

K팝 아이돌의 컴백은 이제 앨범 발매일 하루의 일이 아니다. 발매 몇 주 전부터 트레일러, 콘셉트 포토, 티저 영상이 순서대로 공개되고, 팬들은 그 하나하나를 기다리며 컴백을 맞는다. 문제는 거의 모든 팀이 비슷한 방식으로 이 과정을 밟는다는 점이다. 프로모션은 많아졌지만, 컴백이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프로모션은 오히려 드물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매번 유독 눈에 띄는 팀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6인조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다. 컴백마다 새로운 방식의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마케팅 업계에서는 '프로모션 맛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오는 10월 12일 발매되는 네 번째 미니앨범 ‘I SPY’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프로모션은 무엇이 다를까.

NCT WISH 프로모션 중 일부인 위시피디아 캡쳐본 <위시피디아 홈페이지>
NCT WISH 프로모션 중 일부인 위시피디아 캡쳐본 <위시피디아 홈페이지>

● ‘I SPY’가 만든 세계, '위시랜드'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첫사랑'이다. 타이틀곡 ‘I SPY’는 구간마다 다른 변주가 돋보이는 하이브리드 댄스 팝으로, 좋아하는 상대에게 모든 감각이 쏠리는 풋풋한 마음을 담았다. 엔시티 위시는 이 감정을 '위시랜드(WISH LAND)'라는 디지털 세계관으로 풀어냈다.

시작은 두 편의 트레일러였다. 첫 번째 트레일러 ‘Confused Boy’에서 멤버들은 낯선 존재 '에너지'를 만나 처음으로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두 번째 ‘Lover Boy’에서는 그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서툰 소년에서 사랑을 확신하는 소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트레일러와 티저 이미지 전체를 관통한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엔시티 위시는 이 세계관을 영상 속에만 두지 않았다. 위키백과 형식을 그대로 빌린 '위시피디아'에서는 위시랜드의 탄생과 역사, 멤버별 '관리자' 역할까지 백과사전처럼 정리했다. 9월 21일에는 메신저 플랫폼 디스코드에 '위시랜드' 서버를 열고 신곡 스포일러, 멤버들이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채팅, 각종 밈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NCT WISH 프로모션용 궁합, 전화 사이트
NCT WISH 프로모션용 궁합, 전화 사이트

여기에 멤버와의 이름 궁합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멤버와 전화·영상통화를 하는 듯한 경험을 주는 ‘I SPY CALL’까지 차례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10월 10~11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오프라인 이벤트 ‘I SPY YOU’에서는 온라인 속 위시랜드를 실제 공간으로 옮겨와 신곡 무대를 처음 공개했다.

● 유독 눈에 띄는 이유 - ① 보여주는 게 아니라 '들어오게' 한다

대부분의 컴백 프로모션은 '공개'에서 끝난다. 팬은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보고, 반응하고, 기다린다. 엔시티 위시의 프로모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팬이 직접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궁합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고, 디스코드 서버에서 멤버들이 만들어놓은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관 속에서 소년들이 사랑에 빠지는 상대인 '에너지'는 결국 화면 밖의 팬을 가리킨다. 팬은 관객이 아니라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전화 콘셉트 사이트를 체험한 팬들 사이에서는 진짜 통화를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미니 2집 ‘poppop’ 때는 멤버가 '위시 GPT'에게 연애 상담을 받는 트레일러를 공개하고 실제로 시뮬레이션 채팅 웹사이트를 운영했고, 싱글 ‘Songbird’ 때는 팬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콘셉트의 프로모션 홈페이지를 열었다. 컴백마다 형식은 달라도, 팬을 참여자로 만든다는 원칙은 일관된다.

● 유독 눈에 띄는 이유 - ② 세계관이 끝까지 이어진다

NCT WISH의 ‘I SPY’ 앨범 이미지 <이미지=NCT WISH X>
NCT WISH의 ‘I SPY’ 앨범 이미지 <이미지=NCT WISH X>

참여형 콘텐츠를 만드는 팀은 엔시티 위시 말고도 있다. 엔시티 위시가 다른 점은 그 조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끝까지 연결된다는 데 있다. 위시피디아 속 게임 화면에 등장하던 방은 오프라인의 촬영 현장에서 재현됐고, 디지털 세계 '위시랜드'라는 설정은 게임 칩, 노트북 등을 닮은 실물 앨범 디자인으로까지 이어졌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오프라인 공간과 손에 쥐는 앨범에서 완성되는 구조다. 팬 입장에서는 콘텐츠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홍보물이 아니라, 같은 세계를 다른 입구로 들어가는 경험이 된다.

● 유독 눈에 띄는 이유 - ③ 젠지가 노는 곳에서 논다

NCT WISH 프로모션용 핀터레스트 채널
NCT WISH 프로모션용 핀터레스트 채널

프로모션이 펼쳐지는 '장소'도 눈여겨볼 만하다. 위키 문법을 빌린 세계관 사전, 디스코드 서버, 핀터레스트 채널, 틱톡 영상,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되는 주파수’ 밈까지. 엔시티 위시는 주 타깃인 젠지 세대가 일상적으로 머무는 플랫폼과 놀이 문법을 그대로 가져왔다.

컴백 날짜인 10월 12일에 맞춰 '사랑에 성공하는 주파수'를 올리는 식이다. 팬들이 굳이 낯선 공간을 찾아갈 필요 없이, 평소 쓰던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만나게 된다.

● 몰입은 결국 숫자로 돌아온다

2026년 4월 20일에 발매된 NCT WISH의 첫 번째 정규 앨범 [Ode to Love]의 티저 이미지
2026년 4월 20일에 발매된 NCT WISH의 첫 번째 정규 앨범 [Ode to Love]의 티저 이미지

그렇다면 이런 프로모션은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엔시티 위시는 올해 4월 발매한 정규 1집 ‘Ode to Love’로 3연속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음반과 음원 모두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7월 발매한 일본 싱글 역시 누적 출하량 50만 장을 넘겨 일본 레코드협회의 '더블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프로모션 하나만으로 이 성과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팬이 세계관에 깊이 몰입할수록 앨범을 소장하고 음원을 반복해 듣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I SPY CALL’ 사이트의 마지막 버튼을 누르면 엔시티 위시의 스포티파이 페이지로 연결된다. 재미로 시작한 체험이 자연스럽게 스트리밍으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이다.

이는 엔터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보여주는' 마케팅은 넘쳐나지만, 소비자가 스스로 '들어가고 싶은' 세계를 만드는 브랜드는 드물다. 엔시티 위시의 프로모션은 팬을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물 상품까지 끊김 없이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 컴백에서 '위시랜드'가 팬들에게 어떤 세계로 기억될지, 그리고 그 몰입이 어떤 기록으로 돌아올지 지켜볼 만하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국민대 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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