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몇 시간씩 카페에 머무르며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 카페에서 장시간 좌석을 차지하는 손님을 둘러싼 논쟁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카공족을 제한하는 대신, 아예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이들이 원하는 공간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 커피 한 잔에 몇 시간? 카공족을 둘러싼 불편한 동거
카페에서 공부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카공족을 둘러싼 갈등도 지속돼 왔다. 소비자는 음료를 구매했으니 매장에 머무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장시간 좌석 점유로 인한 회전율 저하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노트북과 충전기뿐 아니라 개인 모니터나 칸막이까지 설치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카페 공간의 적절한 이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2025년 6월에는 일부 카공족의 과도한 공간 점유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의 핵심에는 카페의 수익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인 카페는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반면, 고객이 얼마나 오랫동안 좌석을 이용하는지는 매출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장시간 체류하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공족에게도 고민은 존재한다. 학교 도서관이나 독서실은 지나치게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일반 카페에서는 오랜 시간 머무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적당한 소음 속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기존 공간의 선택지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 카공족을 막는 대신 환영한다…달라진 공간 비즈니스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카페와 스터디카페의 특징을 결합한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라운지형 워크스페이스를 표방하는 브랜드 '카공족'이다.
카공족은 24시간 이용권을 5,900원에 제공하고, 매장 이용 고객에게 커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공부와 업무에 적합한 좌석 및 충전시설을 마련하고, 카페처럼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운영한다.
브랜드 확장 움직임도 나타난다. 카공족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맹계약 기준 점포 수는 2025년 3월 6호점에서 2026년 6월 150호점을 돌파했다. 이는 실제 영업 점포 수나 전체 시장 규모와는 구분되는 수치지만, 카공족을 겨냥한 공간 사업에 가맹사업 차원의 관심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슷한 콘셉트의 '공짜당 스터디카페'도 있다. 공짜당 길동역점은 하루 이용권 5,900원과 커피 무제한 제공을 내세우며, 공부뿐 아니라 노트북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카페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이용 시간을 상품화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용자는 장시간 머무르는 데 따른 부담을 덜고, 운영자는 공간 이용 자체를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다.
● 이제는 커피가 아니라 '머무는 시간'을 판다
카공 특화 공간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스터디카페가 생겼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동안 부가적인 서비스로 제공되던 좌석과 공간을 독립적인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반 카페에서 커피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주된 상품이고, 좌석은 그와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에 가깝다. 반면 카공 특화 공간에서는 소비자가 일정 시간 공간을 이용할 권리를 구매하고, 커피는 그 경험에 포함된 편의 서비스로 제공된다. 수익을 창출하는 중심 상품이 달라진 것이다.
이용권 방식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카공족 일부 매장에서는 24시간 이용권 외에도 20회권과 30회권 등의 선불 상품을 판매한다. 이용자가 자주 방문할수록 반복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공간 이용권을 판매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 체류를 전제로 하는 만큼 한정된 좌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 임대료와 관리비, 시설 유지비 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낮은 이용요금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개별 매장의 입지와 이용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카공 특화 공간의 등장은 기존 카페업계가 부담으로 여겼던 장시간 체류 수요를 새로운 고객 시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공족을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오래 머물러도 되는가'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 일부 사업자는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에게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공간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이제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시대. 카공족을 환영하는 새로운 공간의 등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한 잔의 커피가 아닌,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한국외대 이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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