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300조 원. 숫자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빚은 지금의 대학생이 사회에 나와 세금을 내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청구서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처음 1,300조 원을 넘어섰고, 정부는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가 속도가 문제라고 맞선다. 이 논쟁에서 청년은 어디에 서 있을까.
● 사상 첫 1,300조 돌파, 문제는 증가 속도
2025 회계연도 결산 기준 국가채무는 1,304조 5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9조 4천억 원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GDP 대비 비율도 2024년 46.0%에서 지난해 49.0%로 3.0%포인트 올랐다. 정부의 최신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추경예산 기준 50.6%로, 개편된 GDP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GDP의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이후 비율이 다시 안정권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계획상 2027년 48.3%(예산안 기준), 2028년 48.9%, 2029년 48.8%, 2030년 49.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라 살림의 실질적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04조 2천억 원 적자로, 2년 연속 100조 원을 넘겼다. 빚의 크기만큼이나 늘어나는 속도가 쟁점이 되는 이유다.
● 정부는 관리 가능, 전문가는 증가 속도 우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50% 미만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의 부채 수준이 아직 주요 선진국보다 낮고, 수출과 세수 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점이 정부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채무 규모 자체보다 증가 속도와 재정 지출의 질을 주목한다. 경기 부양과 복지 확충, 국방·안보 비용 증가 등으로 재정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수가 기대에 못 미치면 국가채무는 다시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출생·고령화로 복지·연금·의료 지출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재정 여건이 양호하더라도, 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 금리는 오르는데 청년 일자리는 줄어든다
빚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월 8일 기준 연 3.983%로 거래를 마쳤다. 금리가 높아지면 정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에 붙는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빚의 규모가 같아도 이자가 늘면 그만큼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줄어든다.
더 큰 고민은 이 빚을 갚아 나갈 세대의 현실이다. 8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46개월 연속 감소했고, 청년 고용률은 44.1%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분기 20대 이하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 채용은 134만 3천 개로, 201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갚아야 할 빚은 늘어나는데 이를 감당할 소득 기반은 약해지고 있다.
● 규모보다 쓰임새가 중요하다
빚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재정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재정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빚이 어디에 쓰이느냐다. 일각에서는 저출생·고령화로 지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예산을 습관처럼 꺼내는 것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빚이 청년 일자리와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로 쓰이는지, 당장의 지출을 메우는 데 쓰이는지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출 증가 속도에 상한을 두는 재정준칙 같은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 나랏빚은 20대의 일이다
나랏빚은 정부와 경제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대학생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금을 내며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숫자만 보지 말고 그 숫자가 어떤 지출로 이어지는지, 미래 세대에 어떤 선택지를 남기는지까지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 계획대로 국가채무비율을 50% 미만에서 관리할 수 있을까. 그 사이 빚은 어디에 쓰일까. 이 빚을 갚게 될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전남대 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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