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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숫자에 갇힌 다이어트 약, 분자생명공학과가 말하는 ‘진짜 건강’의 조건

전남대
서다빈 전남대 · 18기 서포터즈
2026.10.16

최근 자기관리와 미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이어트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하나의 강력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약·바이오 시장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GLP-1 수용체 작용제’ 기반의 비만 치료제일 것이다. 현재 획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앞세워 시장에 출시된 1세대 치료제들은 '꿈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 대단한 혁신 신약의 그늘 뒤에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치명적인 숙제가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골격근 손실, 즉 ‘근손실’ 문제다.

● 뇌를 속이는 수용체 작용과 근육 해체의 역설

분자생명과학적 시각에서 볼 때, GLP-1 계열 약물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모방해 뇌 시상하부의 식욕 중추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를 통해 포만감 신호를 증폭시키고 위 배출 시간을 지연시켜 음식물 섭취를 강제로 줄이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인 칼로리 결핍 상태가 만들어질 때 우리 몸이 반응하는 대사 방식이다. 급격히 에너지가 고갈되면 인체는 체지방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 과정을 거치며 골격근을 함께 해체하게 된다. 실제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GLP-1 치료제로 감량된 전체 체중 중 최대 30~40%가 지방이 아닌 '근육' 손실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골격근량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약을 끊었을 때 전보다 지방이 더 잘 쌓이는 '요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중계 속 숫자를 줄이려다 도리어 내 몸의 건강 수명을 깎아먹는 역설에 빠지는 셈이다.

● 3중 작용제부터 근육 보존제까지…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이 같은 한계가 드러나면서 최근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시선은 ‘얼마나 더 빠르고 많이 빼는가’에서 ‘어떻게 하면 몸의 기능을 지키며 건강하게 감량할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수용체 자극에 의존하던 단순 식욕 억제제 수준을 넘어, 체지방 분해를 촉진함과 동시에 근육 단백질 합성을 자극하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3중 작용제’이다. 이는 GLP-1뿐만 아니라 GIP 및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동시에 타게팅하는 단일 분자 복합제다. 이는 글루카곤 수용체 자극을 통해 간에서의 에너지 소비와 지방 산화를 활성화하고, GIP 수용체로 영양소 대사 불균형을 완화해 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체지방을 선택적으로 태우는 방법이다. 동시에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GLP-1 치료제와 함께 복용해 근육을 보존·증강하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며, 체성분의 질을 개선하는 신약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 ‘천연 위고비’ 밈 뒤에 숨은 위험, 다이어트의 진짜 목적

그러나 약물 기전의 진화와 별개로, 사회적 오남용과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임상적으로 메스꺼움, 구토 등 위장관계 질환부터 위 마비, 장 폐색, 담석증, 그리고 급격한 얼굴 지방 탈락(이른바 '오젬픽 페이스') 등 다양한 이상 반응이 보고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매체에서는 비만 치료제의 대명사가 된 '위고비'의 이름을 따, 식욕을 억제하는 특정 음식이나 섭취법을 ‘천연 위고비’라 부르며 밈처럼 소비하곤 한다. 언제부턴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작되었어야 할 다이어트가, 마른 몸을 얻기 위해 약물 오남용을 서슴지 않거나 몸의 정상적인 대사 환경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비만 치료의 본질적인 목적은 단순한 외형적 치수가 아니다. 그 목적은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건강한 대사 항상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몸을 해치는 감량 트렌드가 거세지는 지금, 바이오 산업은 단순한 억제제를 넘어 생체 기능을 보존하는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산업의 노력과 더불어, 우리 역시 체중계라는 가시적인 수치에 갇히기보다 '내 몸의 생명과학적 건강'을 바로 세우는 본질적인 다이어트관을 되찾아야 할 시점이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전남대 서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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