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들과 카드를 교환하던 놀이가 어른들의 소비문화로 돌아왔다. 포켓몬 카드를 얻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상품을 구매하며, 희귀 카드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사고파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로 여겨졌던 카드 수집이 성인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며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지난달 포켓몬 카드 30주년 한정판 카드팩이 출시되며 더욱 뜨거워졌다. 카드팩의 출시 이후 이른바 ‘카드깡’이라고 하는 콘텐츠가 SNS에서 하나의 유행으로 번졌고, ‘따라해보고 싶은 영상’으로 자리 잡아 현재의 유행이 생긴 것이다.
● 카드 수집 자체가 하나의 유행이 되다
수집 열풍은 유독 ‘카드’가 인기 수집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캐릭터만이 인기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캐릭터의 카드 또한 이 유행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공통점은 상품의 실용성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소유하는 즐거움과 희소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정판이나 특정 행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상품은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이러한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와도 차이가 있다. 수집가는 상품을 얻는 과정에서 기대감을 느끼고, 원하는 아이템을 발견했을 때 성취감을 경험한다. 같은 상품을 모으는 사람들과 교환하거나 수집품을 공유하면서 취향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수집품은 소유의 대상인 동시에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 뽑는 재미부터 SNS 인증까지, 소비의 경험이 달라지다
수집 문화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소비 방식이 있다. 특히 내용물을 미리 알 수 없는 랜덤 상품은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제공한다.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 여러 팩을 구매하거나, 개봉 결과를 SNS에 공유하는 행동도 이러한 경험과 연결된다. 소비자는 상품뿐 아니라 개봉하는 순간의 설렘과 원하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에도 비용을 지불한다.
SNS는 이러한 소비 경험을 확산하는 통로가 된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에는 카드 개봉 영상, 한정판 카드 수집 인증, 한정판 카드 소개 콘텐츠 등이 꾸준히 등장한다. 이렇듯 콘텐츠를 통해 다른 사람의 수집품과 개봉 결과를 보며 새로운 상품을 알게 되고,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소비 경험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다시 새로운 소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 취미에서 거래로, 수집품의 가치가 달라지다
특히 중고 거래 플랫폼의 발달은 수집품의 거래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 구매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아 거래할 수 있고, 판매자는 자신이 보유한 상품을 다른 수집가에게 판매할 수 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수집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만나면서 재판매를 고려하는 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취미와 투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의 가치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캐릭터나 상품의 인기가 줄어들면 수요와 거래 가격이 하락할 수 있으며,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한 반복 구매는 예상보다 큰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랜덤 상품은 구매 횟수가 늘어나더라도 원하는 상품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 수집의 즐거움과 재판매 수익에 대한 기대를 구분하고, 자신의 소비 목적과 지출 범위를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 물건을 넘어 경험과 취향을 소비하는 시대
최근의 수집 열풍은 청년 소비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포켓몬 카드와 아이돌 포토카드, 캐릭터 굿즈 등은 상품 자체의 기능뿐 아니라 희소성, 소유의 즐거움, 개봉 과정의 기대감, 취향을 공유하는 경험을 통해 소비 가치를 형성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표현하고, 특별한 경험을 얻기 위해 지갑을 연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청년 세대 전체의 소비 성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수집은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취미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지출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집 열풍을 무조건적인 과소비로 규정하거나 새로운 투자 기회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고 어떤 경험을 위해 소비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카드 한 장은 작지만 그 안에는 취향과 희소성, 기대감, 거래 가치가 함께 담겨 있다. 수집 열풍은 오늘날 소비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경험하며 그 가치를 타인과 공유하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경북대 표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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