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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세일이라길래 샀는데” 올영세일의 숨겨진 함정

부산대
지예인 단국대 · 18기 서포터즈
2026.09.13

매년 3·6·9·12월, 올영세일이 시작되면 전국 올리브영 매장 안은 통로마다 사람들로 뒤엉켜 걷기조차 힘든 풍경이 반복된다. 같은 시각 올리브영 앱은 몰리는 접속자로 로딩이 버벅이기 일쑤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매번 반복되는 열기는 여전히 낯설다. ‘올영세일’의 모습이다.

● 올영세일, 최저가일까?

올영세일과 쿠팡 가격 비교 <제미나이 생성>
올영세일과 쿠팡 가격 비교 <제미나이 생성>

흥미로운 건, 이 열기가 반드시 최저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9월 세일 기간 인기 품목 세 가지를 용량 기준으로 환산해 비교해보면 결과는 제각각이다. 스킨1004 선세럼은 올리브영 할인가가 ml당 231원으로, 같은 제품을 쿠팡에서 사면 ml당 105원에 그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반대로 CNP차앤박 앰플샷 크림은 올리브영이 ml당 161원으로 쿠팡(184원)보다 오히려 저렴했고, 페리페라 아이브로우는 다시 쿠팡(0.01g당 890원)이 올리브영(1,140원)보다 쌌다. 물론 기획 세트 구성이나 증정품 유무에 따라 단순 비교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두 곳의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거나 오히려 쿠팡 쪽이 더 저렴한 사례가 많았다.

결국 '세일 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어디가 더 싼지 알 수 없고, 제품마다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확인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매번 올영세일에 몰릴까. 답은 가격표가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에 있다.

● 조바심을 파는 세일

첫째는 희소성이다. 올영세일은 상시 할인이 아니라 1년에 몇 번, 그것도 일주일 남짓만 열리는 한정 이벤트로 설계돼 있다. 매달 25~27일 열리는 '올영데이'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는 늘 다음 세일을 기다리는 상태에 놓인다. 여기에 인기 제품이 품절된다면, 초조함은 배가된다. 사람은 물건 자체의 가치보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이 가격에 못 산다'는 두려움에 더 크게 반응한다.

둘째는 사회적 효과다. SNS에는 세일 기간마다 "이건 무조건 사야 한다"는 추천 게시물과 장바구니 인증샷이 쏟아진다. 친구가, 인플루언서가, 심지어 매장에서 옆 사람이 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다들 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판단하게 된다. 정작 그 판단의 근거가 가격 비교가 아니라 군중의 행동이라는 점은 잘 인식되지 못한다.

셋째는 할인율 프레이밍이다. 올리브영은 정가 대비 몇 퍼센트 할인이라는 숫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때 소비자의 비교 기준점은 '판매가'가 아니라 '정가'가 된다. 정가 2만 원짜리를 1만 4천 원에 사면 30% 할인이라는 숫자에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볼 생각은 뒷전으로 밀린다. 세일 상품 다수가 낱개가 아닌 기획 세트로 묶여 나오는 것도, 단순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넷째는 이미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운 심리다. 알림을 켜놓고 기다리다 오픈런까지 했는데 빈손으로 나가기는 아깝다는 감정이 "이왕 온 김에 하나라도 사자"는 구매로 이어진다.

●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작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KCON LA 2024’ 올리브영 부스
작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KCON LA 2024’ 올리브영 부스

이런 소비자 행동은 올리브영의 압도적인 시장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3대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경쟁하던 랄라블라와 롭스가 잇따라 사업을 접으면서,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시장을 사실상 홀로 차지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집계로는 2025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1년간 국내 뷰티 이커머스 앱 다운로드의 66%, 웹사이트 방문 수의 78%가 올리브영에 쏠렸다. 전국 매장 수는 1200여개에 이르고, 명동이나 성수 같은 주요 상권에는 한 동네에 여러 개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며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서 나아가, 성수역 인근에 4층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쓰는 대형 체류형 매장을 여는 등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쟁이 사실상 사라진 시장에서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할 다른 오프라인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소비자는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지만, 체험 매장으로서는 대체할 곳이 없는 올리브영에 계속 발을 들이게 된다.

● 관광 코스가 된 쇼핑

올리브영 방한 외국인 K뷰티 쇼핑 트렌드 <올리브영>
올리브영 방한 외국인 K뷰티 쇼핑 트렌드 <올리브영>

이제는 외국인의 관광 코스에 올리브영이 필수로 자리잡았다. 수치를 보면 그 변화가 더 뚜렷하다. 올리브영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구매 금액은 2022년 대비 2025년(1~11월 기준) 약 26배 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흥미로운 건 지역별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구매건수가 약 20배 느는 데 그쳤지만, 울산은 223배, 제주도는 200배 가까이, 광주는 72배까지 뛰었다. K뷰티 쇼핑이 더 이상 서울 명동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구매 방식도 달라졌다. 외국인 한 명이 올리브영 매장에서 사가는 브랜드 개수를 보면, 10개 이상을 구매하는 비중이 33%로 가장 컸고 6~9개(25%), 4~5개(17%)가 뒤를 이었다. 한두 개만 골라 사가는 기념품 쇼핑을 넘어,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쓸어 담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즐겨 사는 상위 10대 품목의 일치율도 2019년 40%에서 2025년 70%로 올랐다. 이제 한국인과 외국인이 같은 매대 앞에서 같은 제품을 집어 드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런 변화는 국내 소비자의 조바심을 한층 더 부추긴다. 세일 기간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내국인이 같은 계산줄에 뒤섞이는 광경을 보면, '지금 사지 않으면 다음엔 없다'는 인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30초의 습관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소비자의 가격 감수성을 서서히 무디게 만든다는 데 있다. 세일 기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여는 습관이 반복되면, 실제로 얼마나 아꼈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샀다는 만족감'만 남는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건 세일 캘린더를 외우는 습관이 아니라,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다른 플랫폼 가격을 한 번 검색해보는 30초의 습관일지 모른다.

올영세일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세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조바심과 실제 절약액 사이에는 언제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이번 올영세일이 우리에게 남기는 진짜 질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현상이 단순히 현명한 소비의 문제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들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는 건, 올리브영이 실제로 K뷰티라는 산업 하나를 세계 시장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고 대안이 줄어들수록, '비교할 힘'을 지키는 건 기업이 아니라 결국 소비자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우리가 세일 캘린더보다 먼저 챙겨야 할 건, 스스로 따져보는 그 30초를 아까워하지 않는 습관일 것이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단국대 지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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