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넘어 국내에서도 하나의 거대한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유명 인사들의 감량 비결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치료제들은 당뇨와 고도비만 치료라는 본래의 의학적 목적을 벗어나 ‘더 마른 몸’을 향한 대중의 지향과 결합해 더욱 빠르게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비만의 치료를 돕는 혁신 신약이 왜곡된 미적 지향과 만나면서, 정상 체중인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처방을 요구하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치료제의 혁신에서 "체중 감량 치트키"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GLP-1 계열 치료제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치료제이다.
본래 두 약물은 인슐린 저항성으로 고통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심혈관 질환 등 치명적인 합병증에 노출된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 고안된 치료제였으나, 체질량지수(BMI) 기준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약되어야 하는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감량 수치가 과도하게 부각되며 대중들에게 ‘쉽고 빠른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마운자로, 위고비 유행으로 이어진 ‘뼈말라’ 트렌드
문제는 이러한 치료제들이 최근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뼈말라’ 트렌드와 결합하며 발생하고 있다. 갈비뼈와 쇄골이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의 극단적인 마름을 일종의 ‘추구미’로 삼는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정상 체중이나 심지어 저체중에 가까운 이들까지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처방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이다.
또한 국내 비대면 처방 금지 규제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의 비대면 처방 앱을 사용해 처방받는 등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비만치료제 다이어트” 유행에 탑승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이러한 집착의 이면에는 디지털 미디어와 청년 세대의 불안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틱톡과 릴스 등 시각 중심의 숏폼 플랫폼에는 1~2초 만에 시선을 잡아끄는 비현실적인 체형이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된다. 이렇게 필터와 보정을 거친 체형이 SNS를 장악하고, 비현실적인 ‘뼈마름’이 마치 하나의 표준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뼈마름’을 달성함과 동시에 따라오는 ‘완벽한 자기 관리’라는 사회적 인정이 따라오게 되면 더 집착하고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 가벼워진 손가락, 무거워진 강박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유행을 좇는 개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의 체형 변화를 두고 매일같이 개인을 평가하는 대중들의 잔인한 행태와 무분별한 품평을 내놓는 문화가 이들에게 강박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충분히 날씬했던 인플루언서들이 어느샌가 뼈만 앙상한 체형으로 변해가는 배경에는 대중의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 화면 속에서 조금만 살이 붙어도 "자기 관리를 안 한다", "마운자로 한 방 맞고 와라"는 식의 조롱 섞인 댓글이 쏟아진다.
반대로 극단적으로 살을 빼면 "거식증 환자 같다", "징그럽다"는 손가락질이 돌아온다. 어느 장단에도 맞출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살찐 상태에 쏟아지는 사회적 낙인이 훨씬 즉각적이고 가혹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차라리 ‘뼈마른 쪽’을 선택하게 된다.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남의 신체를 손쉽게 재단하고 소비하는 익명의 평가 문화가, 결국 사람들을 극단적인 약물 투약으로 내모는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당뇨와 고도비만이라는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그러나 이 치료제가 한국 사회의 왜곡된 미적 강박과 타인의 신체를 쉽게 평가하는 잔인한 문화와 만나, 치료제를 진정한 ‘치료제’가 아닌 하나의 ‘보조제’로 변모시켰다.
타인의 잘못된 평가와 쉼 없이 변화하는 유행에 몸을 극단으로 몰아세우기보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돌보고 건강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마른 몸을 표준으로 여기고 당연시하는 미적 기준과 남의 외모를 가볍게 품평하는 사회 전반의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경북대학교 표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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