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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월급 빼고 다 오른 시대, 무너진 '청년 사다리'

서강대
박새울 서강대 · 18기 서포터즈
2026.09.22

월급 빼고 다 오른 시대, 무너진 '청년 사다리'

2030 세대의 경제 실태
2030 세대의 경제 실태 <한국은행 보고서>

한국 사회 청년층의 경제적 현주소를 가리키는 지표들이 일제히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에 갇힌 가구 중 20, 30대의 비중은 2020년 7.9%에서 최근 15.2%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자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 역시 0.625로 치솟으며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매달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의 축적 속도를 아득히 앞지르면서, 청년 세대가 기대어 올라탈 '자산 형성 사다리' 자체가 무너져 내린 결과다. 자산과 소득 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이른바 ‘복합 양극화’가 청년층의 일상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 통장에 찍힌 '빚 2억'… 4050도 제친 청년 대출

청년 주택담보대출

이러한 상황에서, 2030세대의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14일 한국은행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20대의 차주당 평균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억 39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20대의 평균 주담대 잔액이 2억 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해당 수치는 40대와 50대의 주담대 수치를 넘어섰다.

절대적 수치뿐 아니라, 증가 속도 역시 청년층에서 가장 가파르게 나타난다. 30대의 차주당 평균 주담대 잔액은 2021년 기준 올해 2분기 말 45.9% 늘어 전체 연령대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0대도 45.4% 증가하며 못지않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금 안 사면 평생 월세 난민?… 공포가 부른 '영끌 매수’

근로·사업소득으로 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 사람들이 구매하는 모든 것 중 고비용에 속하는 ‘주택’을 무리해서라도 매입하려는 사회의 흐름은 단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청년층의 경제 활동이 어려울수록 주택 매입 평균 연령층이 높아지는 것이 상식적인 흐름이지만,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이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청년 세대의 행보는 ‘청년 불안’과 큰 연관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의 2030 세대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주거비 상승 공포를 보인다. 한국갤럽의 26년 3월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집값 상승 전망은 68%, 30대는 69%로 타 연령층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임대료 상승 전망도 2030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18~29세는 71%, 30대는 72%가 향후 1년간 주택 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즉,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임대료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고, 추후 매입해야 할 주택의 가격 역시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이들은 ‘당장의 주택 매입’이 가장 효율적인 삶의 방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사회 초년생들이 ‘무리해서라도’ 내 집 마련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친구도 비싸서 못 만나요”… 20대가 방구석으로 숨는 이유

Z세대의 인간관계 긴축 현실
Z세대의 인간관계 긴축 현실 <알바천국 보고서>

당장의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내집마련’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이 필수적인 이들, 청년 세대의 심리를 보여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바로 ‘친구(friend)와 ‘물가 상승(inflation)의 조합, ‘프렌드플레이션’이다. 돈 때문에 친구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고물가 시대,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수적이다. 고정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청년 세대에게, 관계 유지비를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온다.

올해 6월 알바천국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93%가 친구를 만나는 비용에 부담을 느꼈고, 71.2%는 최근 1년 새 친구 관련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히 ‘1인 취미’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20대에게 필사, 뜨개질, 독서 등의 취미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문구 소비는 전년 대비 38.3% 늘었으며, 올해 1분기 1020세대의 소설·시·희곡 구매량 역시 전년 동기 13.6% 증가했다.

빚더미 위에서 짠테크… 청년들의 '웃픈' 생존 공식이 남긴 숙제

청년들의 생존 공식

앞으로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주택 매입을 서두르고, 인간관계를 비용으로 인식하며 줄여나가는 청년층의 선택을 단순히 비난하거나 나약한 태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 자산 격차는 벌어지고 고물가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이들은 주어진 조건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일상을 재설계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거액의 자산을 선점하려 애쓰는 동시에 일상의 1만 원을 아끼는 모순된 행동 역시, 불확실한 미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고안해 낸 지극히 일관된 생존 공식에 가깝다.

그러나 개인 차원의 이 불가피한 적응이 모여 만들어낼 사회적 파급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회 진입 초기부터 떠안은 수억 원대 부채는 고금리 환경에서 언제든 청년 차주의 재무 건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실제로 자산 형성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발생한 과도한 대출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청년층 연체율 상승이라는 현실적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청년들이 대출 상환을 위해 일상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조이고 대면 관계마저 닫아거는 ‘관계 긴축’은 골목상권과 내수 시장의 소비 기반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결국 청년들이 짊어진 2억 원의 주담대와 방구석으로 숨어든 일상은, 개인의 분투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거대한 비용이자 구조적 경고등으로 돌아오고 있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서강대 박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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