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할 수 있을까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이 저에게 맞을까요?”
사주를 보러 가면 한 번쯤 등장하는 질문이다. 과거에는 사주나 타로가 기성세대의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도 자신의 미래를 묻기 위해 사주와 타로를 찾는다.
나 역시 취업을 준비하면서 한 번쯤 나의 미래가 궁금해 사주를 찾아본 경험이 있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언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왜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사주에게 묻는 걸까?”
● 20대 10명 중 7명 가까이 “사주·타로에 관심”
이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경험만은 아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4월 실시한 ‘사주, 타로 및 주술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주·타로 등 점술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60.3%였다.
특히 20대의 관심도는 68.0%로 나타났다. 10대는 71.5%, 30대는 67.5%로 젊은 세대에서 관심도가 높았다. 반면 60대는 41.5%로 세대별 차이가 나타났다. (트렌드모니터)
점술을 접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점술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는 유튜브가 50.5%로 가장 많았고, 친구·지인과 SNS가 뒤를 이었다. 이제 사주는 점집이나 철학관에서만 접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가볍게 접하고, 모바일에서 소비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트렌드모니터)
● 미래를 알려주는 것보다 “내 마음을 알고 싶어요”
흥미로운 점은 사주를 찾는 이유가 단순히 미래를 맞히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마다 불확실성을 마주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어느 직무를 선택할지 고민하고, 직장인은 이직할지를 고민한다. 연애와 결혼, 재테크 역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때 사주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도구라기보다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점술 서비스에 대해 ‘조언 정도로 참고한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즉 점술의 결과를 절대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생각해보는 참고자료처럼 소비하는 것이다.
●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확신’을 찾는다
여기에서 사주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찾는다.
기업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매출과 영업이익, 산업 전망을 확인한다. 주식에 투자할 때는 금리와 환율, 기업 실적을 살펴본다. 그렇다면 자신의 미래가 궁금할 때는 무엇을 볼까?
누군가는 통계와 데이터를 찾고, 누군가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주와 타로를 찾는다. 결국 그 출발점에는 비슷한 질문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래를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모으려고 한다. 사주 역시 이런 불확실성을 다루는 개인적인 방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사주가 미래를 과학적으로 예측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주의 예측적 타당성과 사람들이 사주를 이용하는 심리적 이유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 이제는 AI에게도 “내 사주 봐줘”
최근에는 사주를 접하는 방식 자체가 한 단계 더 바뀌고 있다. 바로 AI다.
생년월일과 출생시간을 입력하면 AI가 성격이나 운세를 해석해주는 방식이 등장하면서, 사주를 보기 위해 직접 점집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2026년 1월 실시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별도 조사에서는 운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AI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40.7%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일보)
과거에는 “점집에 간다”는 행위 자체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켜고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운세를 접할 수 있다.
이 변화는 흥미롭다. 가장 기술 친화적인 세대가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인 사주를 AI로 다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주는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형태를 바꾸고 있다.
● 사주가 알려주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나’일지도
물론 사주가 미래를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취업 합격 여부도, 주식 가격도, 연애의 결과도 사주 한 줄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계속 사주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미래 자체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견디기 위해 사주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괜찮을 거야”
“조금 기다려도 돼”
“지금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야”
사주를 통해 듣고 싶은 말은 어쩌면 이런 위로들이 아닐까.
결국 사주가 미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선택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다면,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상상한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보고, 누군가는 전문가를 찾고, 누군가는 사주를 본다.
그리고 결국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오늘 내가 하는 선택이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충남대 이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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