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문구점에 들어서면 꼭 필요한 준비물만 사고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펜부터 스티커, 캐릭터 상품까지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종이와 펜을 대신하고 학교 앞 문구점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문구점은 점차 추억 속 공간이 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며 다시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아트박스’다. 과거 학생들이 문구류를 사러 찾던 곳이었다면, 이제는 캐릭터 굿즈와 생활용품, 액세서리까지 구경하고 즐기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사라지는 문구점 사이, 아트박스는 오히려 커졌다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화는 전통적인 문구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노트나 필기구와 같은 문구류를 찾는 수요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아트박스는 오히려 매장을 확대하며 성장하고 있다.
아트박스의 전국 매장 수는 2020년 119개에서 2026년 2월 209개로 늘어났다. 약 6년 만에 90개 매장이 증가한 것이다. 문구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매장 수를 꾸준히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트박스가 더 이상 ‘문구만 파는 곳’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 필요한 것을 ‘사는 곳’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는 곳’으로
최근 아트박스 매장에 들어가 보면 전통적인 문구류 못지않게 다양한 상품이 눈에 들어온다. 인형과 키링, 파우치, 액세서리, 휴대전화 용품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과 생활소품까지 판매 범위가 넓어졌다. 소비자가 아트박스를 방문하는 이유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캐릭터 굿즈와 작은 소품들은 꼭 필요해서 구매하기보다 구경하다 마음에 들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과거 문구점이 필요한 학용품을 정해두고 방문하는 ‘목적형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아트박스는 매장을 둘러보며 예상하지 못했던 상품을 발견하는 ‘발견형 공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 문구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것은 ‘문구점의 정의’를 바꿨기 때문
아트박스의 변화에서 눈여겨볼 점은 줄어드는 문구 수요 자체를 되살린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오프라인 문구점을 찾을 새로운 이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필요한 상품만 구매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확장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필요한 상품은 클릭 몇 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여러 상품을 한자리에서 둘러보고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을 발견하는 경험은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강점이다. 아트박스는 여기에 캐릭터와 굿즈, 생활소품 등을 결합하며 기존 문구점과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어냈다.
결국 학생들의 학용품 구매처였던 문구점은 이제 다양한 연령대가 가볍게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문구점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문구점을 찾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8기=한국외대 이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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