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한정선을 먹어보려고 테이블링을 켰다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대기팀이 800팀을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일 모찌를 먹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기다린다고?
요즘 SNS나 백화점 식품관을 보다 보면 한정선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알록달록한 과일이 들어간 찹쌀떡부터 정갈한 한지 포장까지, 사진 한 장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인기 제품은 빠르게 품절되고 어렵게 구매한 제품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이어진다.
필자 역시 한정선의 요거트 시리즈를 직접 먹어봤다. 솔직히 말하면 맛있긴 했다. 쫀득한 떡에 상큼한 요거트와 과일이 어우러져 왜 찾는 사람이 많은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았다.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800팀의 대기를 감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과일 모찌일까, 아니면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선’일까.
● “솔직히 맛있긴 하다”… 그런데 왜 800팀이나 기다릴까
한정선의 인기에는 분명 제품 자체의 매력이 있다. 생과일과 요거트, 크림 등을 찹쌀떡과 결합해 익숙한 떡을 젊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디저트로 풀어냈다. 여기에 한지와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패키지가 더해지면서 먹기 전부터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구매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필자가 주말에 직접 테이블링을 걸었을 당시 대기팀은 800팀을 넘어섰다. 한정선이 안내한 평균 대기시간을 보면 1~50팀은 약 20분, 51~100팀은 30~40분, 101~150팀은 약 1시간, 151~200팀만 되어도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단순히 매장 앞에서 잠깐 기다리는 수준이 아니라, 구매 자체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인기는 매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GS리테일에 따르면 한정선과 협업한 요거트 찹쌀떡의 사전 판매 물량은 약 15분 만에 모두 판매됐다.
그렇다면 한정선은 단순히 ‘맛있어서’ 이렇게까지 인기인 걸까. 맛있는 디저트도, 과일 찹쌀떡도 한정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먹는 것’ 못지않게 ‘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 “없다니까 더 먹고 싶다”… 품절이 만드는 소비 욕망
“오늘도 품절됐다”, “드디어 성공했다”, “몇 시쯤 가야 살 수 있을까?”
한정선을 둘러싼 온라인 반응을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누군가의 구매 실패도, 어렵게 제품을 구했다는 인증도 결국 한정선의 인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품일수록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희소성 효과도 이 과정에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도대체 얼마나 괜찮길래?”라는 궁금증을 만든다. 필자가 실제로 확인한 800팀이라는 숫자 역시 제품 설명보다 강하게 한정선의 인기를 체감하게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열풍이 다소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한정선 포장지를 학 모양으로 접어 개당 5,555원에 판매하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와 별개로, 음식이 사라진 뒤 남은 포장지에도 가격이 붙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한정선을 사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을 구했다’는 경험에까지 가치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두바이 초콜릿이나 두쫀쿠처럼 최근 인기를 끈 디저트 역시 SNS에서 빠르게 퍼지고, 품절과 오픈런이 반복되면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처음에는 “맛있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한번쯤 구해봐야 하는 유행템’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품절은 인기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소비자를 불러오는 신호가 된다.
● “먹는 것보다 ‘먹어봤다’”… 경험까지 소비하는 디저트
한정선을 구매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줄을 서는 또 다른 이유가 보인다.
테이블링으로 대기를 걸고, 매장을 찾아 원하는 맛을 고른다. 어렵게 받은 제품의 한지 포장을 풀고, 과일이 가득 들어간 단면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SNS에 “드디어 먹어봤다”는 인증을 올린다.
이쯤 되면 소비자는 찹쌀떡 하나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었다는 성취감, 지금 유행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는 만족감,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까지 함께 소비한다.
한정선의 한지 패키지가 제품만큼 자주 사진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먹는 순간뿐 아니라 기다리고, 구하고, 포장을 열고, 인증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정선의 인기는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가 잘 팔리는 현상’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맛이 관심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면, 희소성은 구매 욕구를 키우고, SNS 인증은 다시 새로운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한정선을 직접 먹어본 입장에서 “맛있긴 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800팀이라는 대기 숫자를 보고 나니 지금의 열풍을 만든 것이 맛 하나뿐인지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맛있어서 궁금해지고, 구하기 어려워서 더 갖고 싶어지고, 어렵게 구한 뒤에는 ‘나도 먹어봤다’는 경험까지 공유한다.
과일 모찌 하나를 사기 위해 수백 팀이 줄을 서는 이유는 어쩌면 제품 그 자체보다, 한정선을 둘러싼 경험 전체를 소비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서울시립대 이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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