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 올렸는데 엔화는 왜 약세일까

한양대
이선유 한양대 · 18기 서포터즈
2026.09.22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나라의 통화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해당 국가의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 해당 통화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 가치가 오히려 약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18일, 도쿄 일본은행 청사에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18일, 도쿄 일본은행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모습

일본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6월에 이어 3개월 만의 추가 인상으로, 일본의 정책금리는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은행이 오랜 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금리 인상 직후 엔화는 강세로 돌아서기보다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18일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158엔대까지 상승했다. 이는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 금리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금리’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다.

일본이 금리를 1.25%까지 올렸지만 미국 역시 금리를 인상하면서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고,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결국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엔화의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금리 수준뿐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다.

일본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구체적인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역시 향후 금리 인상 여부와 폭은 물가와 경제 상황을 확인하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 인상 신호가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로이터는 이번 결정에서 두 명의 정책위원이 금리 인상에 반대했고, 시장이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가 환율에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 엔화 약세를 만든 또 하나의 이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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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외환시장은 언제나 두 나라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국의 금리가 더 높고, 앞으로도 미국의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엔화를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엔화는 오랫동안 낮은 금리를 대표하는 통화였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이러한 거래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크다면 엔화에 대한 수요가 단번에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만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단순하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 핵심은 물가다.

도쿄의 일본은행 본관
도쿄의 일본은행 본관

일본은 오랫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 문제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유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에너지와 식품 등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있고,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이 함께 나타나면서 일본은행이 물가 흐름을 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성이 커졌다.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상황을 마냥 지켜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상은 단순히 엔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물가 상승 압력을 관리하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이번 인상으로 정책금리를 자체적으로 추정한 중립금리 범위의 하단인 1.1% 수준에 처음으로 진입시켰다. 이는 일본이 오랜 초저금리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화정책 환경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엔화의 움직임은 우리와도 연결된다

일본의 금리와 엔화 움직임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엔화 환율은 한국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엔 환율이 변하면 일본 여행이나 일본 제품 구매에 필요한 비용이 달라지고, 한국과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금리 변화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의 금리 상승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기존의 엔 캐리 트레이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은 일본의 기준금리 숫자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엔화 환율,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이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다.

● 금리 인상만으로 엔화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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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금리와 환율의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는 금리가 오르면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배울 수 있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수준과 인상 속도, 다른 국가와의 금리 차이, 시장의 기대, 경제 상황 등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번 일본의 사례에서도 금리 인상 자체는 엔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었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와 일본은행의 신중한 향후 정책 전망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앞으로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엔화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금리 정책을 볼 때는 ‘이번에 금리를 올렸는가’보다 ‘앞으로의 금리 경로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한양대 이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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