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알아보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첫 관문은 월세다. 학교와 가까운지, 방의 크기와 상태는 괜찮은지 살펴보지만 결국 예산을 넘는 집은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세를 낮추려고 학교에서 먼 곳을 택하면 그만큼 교통비와 통학시간이라는 대가가 따라오고, 관리비까지 더하면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용 계산을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최근 서울의 대학가 주거비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 관리비는 8만2000원으로 합치면 70만4000원에 달했다. 이는 다방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LH 청년매입임대주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문제는 주거비가 단순히 ‘월세가 얼마인가’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청년가구의 RIR은 16.0%로 나타났다. 청년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도 8.2%로 일반가구의 3.8%보다 높았다. 청년에게 주거는 매달 내는 고정비가 아니라 소득과 생활수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셈이다.
● 월세를 아끼면 통학시간이 늘어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임대료는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받는다. 특정 지역에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공급되는 주택이 충분하지 않다면 임대료가 오르기 쉬워진다. 대학가가 대표적이다. 학생뿐 아니라 사회초년생, 외국인 유학생 등 학교와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1인 가구가 몰리는 반면, 원하는 가격대와 형태를 갖춘 집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임차인 사이의 경쟁이 커진다.
이때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더 비싼 월세를 감당하거나, 더 저렴한 집을 찾아 학교나 직장에서 멀어지는 것. 결국 주거 선택은 '어떤 집에 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통학시간을 늘리거나, 더 작은 방을 택하거나, 다른 생활비를 줄이는 식이다.
● 공공임대, 경쟁률 400대 1을 넘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청년에게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LH 청년매입임대주택은 시중 임대료의 40~50% 수준으로 공급되며, 서울시가 올해 공급한 물량 역시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최대 10년까지 거주 가능하도록 설계됐다(청년매입임대 849호, 기숙사형 청년주택 56호 등 총 905호). 저렴한 임대료와 안정적인 거주기간은 청년이 이사 걱정이나 급격한 임대료 상승 부담을 덜고 학업·취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공공임대 역시 무한한 선택지는 아니다. 서울지역 LH 청년매입임대 경쟁률은 2023년 초 서울 50가구 모집에 2만903명이 몰려 418대1을 기록한 적이 있고, 최근에도 특정 물량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민간임대 가격 부담에 공공임대로 이동한 청년들이 다시 한정된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인 셈이다.
집이 아예 없는 것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없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울에 수많은 주택이 존재해도 청년이 감당 가능한 가격, 학교·직장과 이동 가능한 거리, 안정적 거주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집이 부족하다면, 청년에게는 여전히 고를 수 있는 집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 지원금은 임대료 상승분으로 흡수될 수 있다
청년 주거정책은 공급과 지원을 동시에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더드림집+'를 통해 2030년까지 기존 청년주택 4만9000호에 2만5000호를 추가해 총 7만4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청년월세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2026년에는 1만5000명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12개월간(총 240만원)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월세 지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청년이 체감하는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보조금의 귀착(incidence)' 문제로 설명한다. 정부가 임차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해도, 임대 시장에서 실제로 그 혜택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협상력이 더 센지에 달려 있다.
특히 대학가처럼 신규 주택 공급이 빠르게 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임대인이 지원금만큼 임대료를 슬쩍 올려버려도 임차인이 다른 집으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의 상당 부분이 임대료 상승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 즉 '월 20만원 지원'이라는 숫자가 발표돼도, 실제로 청년의 순 주거비 부담이 20만원만큼 줄어드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공공임대 역시 비슷한 한계를 안고 있다. 물량을 늘려도 원하는 지역, 원하는 시점에 공급되지 않으면 청년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결국 정책의 '숫자'만큼이나 그 숫자가 실제로 청년의 손에 닿는지를 봐야 한다.
● 결국 공급량이 아니라 체감 효과를 봐야 한다
청년 주거 문제의 해법은 하나일 수 없다. 학교·직장에 가까운 저렴한 임대주택이 필요한 청년도 있고, 지금 사는 집의 월세 부담을 낮추는 지원이 필요한 청년도 있다. 중요한 건 특정 주거 형태를 일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소득과 생활권에 맞는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호를 공급했는가', '몇 명을 지원했는가' 같은 공급량 지표만으로는 정책의 실제 효과를 알 수 없다. 공급된 물량 중 실제로 계약과 입주까지 이어진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그 물량이 청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통학·통근 권역 안에 있는지, 그리고 월세지원이 시행된 이후 해당 지역의 임대료가 얼마나 올라 지원금이 임대료 상승분에 흡수되지는 않았는지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지표 없이는 정책 발표가 매번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숫자로만 홍보되고, 정작 청년이 체감하는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채 넘어가기 쉽다.
결국 청년 주거정책의 기준은 '몇 호를 공급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그 집이 청년의 손에 실제로 닿았는지, 지원금이 임대료 상승에 흡수되지 않고 청년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였는지까지 살펴봐야 정책의 성패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이화여대 원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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