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를 넘기면 누군가의 ‘최종 합격’ 소식이 보인다. 새로운 대외활동의 발대식 사진, 인턴 명함, 공모전 수상 인증도 뒤따른다. 게시물마다 “좋은 기회 감사합니다”, “이번 달도 열심히 살았다”는 말이 붙는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공고 사이트를 열게 된다. 관심 있던 분야가 아니어도, 지금 지원하지 않으면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학생들에게 대외활동 계정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활동 후기를 통해 지원 일정을 확인하고, 먼저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맞는 기회를 찾는다. 수료증과 결과물을 기록해 두었다가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합격 인증은 분명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피드에는 유독 ‘합격’만 남는다. 여러 번 고쳐 쓴 지원서, 떨어진 공고,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비용과 이동 시간을 계산하는 순간, 무엇보다 잠시 쉬어 가기로 한 선택은 좀처럼 게시물이 되지 않는다. 한 장의 사진 속 경험은 쉽게 한 줄의 스펙이 되지만, 그 한 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과 조건은 화면 밖으로 밀려난다.
● 저장한 공고는 열 개, 작성한 지원서는 없었다.
지난 학기, 인스타그램에서 대외활동 합격 인증 게시물을 본 날이면 습관처럼 모집 공고를 찾아봤다. ‘대학생 서포터즈’, ‘마케팅 공모전’, ‘콘텐츠 에디터’를 검색하면 지원 마감일과 활동 혜택, 수료증 발급 여부가 정리된 카드뉴스가 끝없이 나왔다. 마음에 드는 공고는 일단 저장했다. 저장함에는 어느새 열 개가 넘는 게시물이 쌓였지만, 실제로 지원서를 끝까지 작성한 것은 많지 않았다. 활동 내용이 흥미롭지 않아서라기보다, 내가 왜 이 활동을 해야 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고를 저장하는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당장 지원하지 않더라도 ‘나도 기회를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거나, 피드에 단체 명함 사진이 올라올 때면 그 안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주에 마감하는 공고를 다시 확인하고, 지원자격에 적힌 ‘콘텐츠 제작 경험 우대’나 ‘SNS 운영 경험 보유’라는 문장을 읽으며 내가 빠진 것은 없는지 점검하게 됐다. 관심 분야를 찾기 위해 공고를 보는 일이 어느 순간, 뒤처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일이 된 셈이다.
대외활동을 고르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진다. 원래라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가”, “이 일을 직접 해 보고 싶은가?”를 먼저 물었을 텐데, 피드를 오래 볼수록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쓸 수 있는가”, “남들도 많이 지원하는 활동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합격 인증은 누군가의 성취를 기록한 게시물이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다음 달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경험을 찾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경험을 가진 사람처럼 보일 방법을 찾고 있는 걸까.
● 대외활동은 선택인데, 피드에서는 ‘기본값’이 됐다.
대외활동은 모든 대학생에게 똑같이 필요한 필수 이력은 아니다. 관심 분야를 탐색하는 방법도, 학교 밖 경험을 쌓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학회에서, 누군가는 아르바이트와 인턴에서, 또 누군가는 수업과 개인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방향을 찾곤 한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피드 안에서는 이런 여러 경로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OOO 서포터즈 1기 활동 시작’, ‘공모전 최종 수상’, ‘인턴 수료’처럼 결과가 분명하고 한눈에 이해되는 경험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대외활동 계정은 단순히 개인의 기록장이 아니다. 합격 후기에는 지원 팁이 댓글로 달리고, 활동 브이로그에는 다음 기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인다. 프로필에는 활동했던 기업과 기자단·서포터즈 이력이 차례로 적히고 발대식에서 받는 명함이나 단체 사진은 새로운 경험의 시작을 보여주는 인증이 된다. 이 감각이 단지 피드를 보며 생긴 개인적인 불안만은 아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9~29세 대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Outcampus Trend Report’에서는 대학생의 대외활동 참여 실태뿐 아니라 참여 목적, 정보 습득 경로,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활동을 따로 살폈다. 응답자의 65.5%는 ‘졸업 전 대외활동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 63.7%는 다른 사람보다 대외활동 경험이 적으면 취업시장에서 다소 불리할 것이라고 인식했다. 대외활동은 분명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경험이지만, 많은 대학생에게는 이미 ‘하면 좋은 일’을 넘어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일’에 가까워진 셈이다. 대외활동이 일부 학생들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중요한 정보이자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피드가 그 선택지들을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보여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잠시 진로를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은 게시물이 되기는 어렵다. 반면 합격한 활동은 사진 한 장과 함께 즉시 기록된다. 그렇게 피드를 오래 보다 보면 대외활동은 해 보면 좋은 경험이 아니라, 대학생이라면 이미 하나쯤은 하고 있어야 할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성취를 축하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 빈 프로필을 먼저 확인하게 되는 이유다.
● 피드에 남는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대외활동 피드는 경험을 빠르게 읽히는 ‘결과물’로 바뀐다. 최종 합격 메시지, 발대식 단체 사진, 활동 명함, 수료증, 포트폴리오 링크가 대표적이다. 게시물 한 장으로도 어떤 기관의 몇 기 활동을 했는지, 어떤 결과를 냈는지, 이후 어떤 경험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대외활동 경험은 개인의 기억이면서 동시에, 타인에게 보여 주고 설명할 수 있는 이력으로 기록된다.
이처럼 결과가 강조되는 데에는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을 바라보는 기준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 였으며, 응답 비율은 42.0%로 가장 높았다.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는 23.7%로 뒤를 이었다. 대학생들에게 대외활동은 단순히 새로운 일을 해 보는 경험을 넘어, 취업 준비에 활용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 이력이 된 셈이다. 피드 속 ‘합격’과 ‘수료’가 유독 눈에 잘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게시물은 활동을 즐거움보다 취업에 연결될 수 있는 증거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만으로는 경험의 전체를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서포터즈 활동이라도 누군가는 여러 차례 불합격 끝에 얻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수업·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며 매주 이동 시간과 제작 시간을 쪼개야 했을 수도 있다. 지원서를 준비하는 시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들인 비용과 시간, 활동 중 겪은 시행착오는 대개 한 장의 인증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피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드에는 ‘무엇을 얻었는지’는 선명하게 남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감당했는지’는 쉽게 지워진다. 이 차이는 보는 사람의 비교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완성된 수료증, 명함, 포트폴리오와 내게 아직 진행 중인 고민을 비교하게 된다. 대외활동 피드가 정보와 동기부여를 주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아직 갖지 못한 한 줄을 확인하게 하는 화면이 되는 이유다.
● 공고를 고르기 전에, 이력서에 남을 한 줄부터 계산한다.
대외활동 공고는 대개 비슷한 순서로 읽힌다. 가장 위에는 기업명과 모집 기수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콘텐츠 제작’, ‘브랜드 홍보’, ‘팀 프로젝트’처럼 활동 내용을 보여주는 문장이 배치된다. 하지만 지원자가 오래 머무는 곳은 대개 마지막의 ‘활동 혜택’란이다. 수료증 발급, 우수 활동자 시상, 현직자 멘토링, 공식 SNS 콘텐츠 게재, 인턴십 지원 우대 가능성 같은 문구다. 지원 마감일을 확인하기 전부터 이 활동이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무엇을 남겨 줄 수 있는지 계산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 서포터즈 공고를 볼 때, 실제 업무가 매주 콘텐츠를 몇 건 제작하는 일인지보다 ‘기업 공식 채널에 결과물이 남는지’, ‘개인 포트폴리오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활동 기간이 학기 중 시험 기간과 겹치거나, 매주 오프라인 회의가 필요하다는 조건은 그다음 문제다. 관심 분야와 활동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를 충분히 따져 보기 전, 일단 저장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것은 ‘이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래서 공고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내가 정말 관심 있는 분야인지, 활동 방식이 나와 맞는지, 학기 중 일정과 병행할 수 있는지 따져 보다가도 결국 마지막에는 “그래도 이력서에 쓰기 괜찮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콘텐츠 제작을 좋아하는 학생이더라도, 더 익숙한 분야의 작은 프로젝트보다 기업명이 선명하게 남는 서포터즈에 마음이 기울 수 있다. 무엇을 해 보고 싶은지와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지 사이에서 계속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피드에 올라온 합격 인증과 수료증 사진은 이런 계산을 더 빠르게 만든다. 활동을 하기 전부터 우리는 경험 자체보다, 경험 이후의 프로필을 먼저 보고 있는 셈이다.
● 대외활동보다 먼저, 내 기준을 잃지 않는 일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고 해서 더 성실한 대학생이 되는 것도, 아직 뚜렷한 활동 이력이 없다고 해도 뒤쳐진 대학생이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서포터즈와 공모전이 진로를 확인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전공 수업, 아르바이트, 학회 활동, 개인 프로젝트, 혹은 잠시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경험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드에 보이는 경험의 개수가 아니라,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질문과 답을 남기는가다.
그렇다면 대외활동 피드를 보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선배들의 합격 후기와 활동 기록은 여전히 유용한 정보다. 실제 업무가 무엇인지, 지원서에는 어떤 경험을 담아야 하는지, 활동 기간 동안 어느 정도 시간을 써야 하는지를 미리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드를 ‘정보’로 볼 때와 ‘기준’으로 볼 때가 다르다는 데 있다. 누군가의 게시물에서 지원 일정과 활동 후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선택한 경험이 나에게도 꼭 필요한 경험이라는 뜻은 아니다.
공고를 저장하기 전에는 활동의 이름보다 내용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서포터즈’라는 제목 대신 실제로 한 달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콘텐츠 제작인지 현장 취재인지 팀 프로젝트인지 살펴보는 식이다. 이후에는 내가 그 활동에서 얻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는 방법도 있다. “브랜드 SNS 콘텐츠를 직접 기획해 보고 싶다”, “건설·도시 분야 현장을 경험해 보고 싶다”, “글쓰기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만들고 싶다”처럼 말이다. 이 문장이 잘 써진다면 지원할 이유도 분명해진다.
반대로 기업명이나 수료증을 빼면 남는 이유가 없다면, 한 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조건도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 활동 기간이 시험과 겹치는지, 정기회의와 이동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 예상보다 많은 콘텐츠 제작이나 팀 과제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대외활동은 ‘합격’하는 순간 끝나는 경험이 아니라, 몇 달 동안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여러 활동을 병행하는 것처럼 보여도,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건, 이미 쌓아 온 경험은 같지 않다. 같은 공고라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은 맞지 않는 선택일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대외활동을 덜 하거나 더 하는 일이 아니라 선택의 순서를 바꾸는 일이다. 피드에서 합격 인증을 본 뒤 ‘나도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공고를 찾는 대신, 내가 해 보고 싶은 일을 먼저 떠올리고 그에 맞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피드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내 진로의 속도와 방향까지 대신 정해 줄 수는 없다. 수많은 인증 사이에서 지켜야 할 것은 빈 프로필을 빨리 채우는 일이 아니라, 내가 왜 이 경험을 선택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이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서울대 강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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