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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무엇을 넣었나"보다 "무엇을 뺐나"… 제로·저당이 바꾼 음료 시장의 경쟁 기준

한국외대
이희승 한국외대 · 18기 서포터즈
2026.09.28

한때 건강한 음료의 대표 이미지는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갈거나 짜낸 주스였다. 냉장 착즙 주스처럼 '무엇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가'가 제품의 강점이 됐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이나 마트의 음료 진열대를 보면 강조하는 숫자가 달라졌다.

제로 슈거, 저당, 0kcal

소비자가 음료에서 찾는 건강의 기준이 좋은 것을 더하는 것에서 ‘부담되는 것을 덜어내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건강한 음료'의 기준이 달라졌다

편의점 음료 코너에 제로·저당 음료가 다양하게 진열된 모습 <직접 촬영>
편의점 음료 코너에 제로·저당 음료가 다양하게 진열된 모습 <직접 촬영>

건강을 고려하면서도 맛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 흐름이 확산되면서 음료 시장에서도 당과 칼로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 국내외 외식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제로 음료 시장 규모는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 2,780억 원으로 약 7.8배 성장했다. 2026년에는 2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로’라는 단어는 탄산음료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스와 커피, 두유 등 다양한 음료로 저당·제로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제로’는 일부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를 넘어 음료 시장의 주요 경쟁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 단맛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설탕을 바꿨다

국내 제로 음료 시장 규모가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 2,78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6년에는 2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 <인포그래픽 자체 제작>
국내 제로 음료 시장 규모가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 2,78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6년에는 2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 <인포그래픽 자체 제작>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가 단맛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음료에서 설탕을 단순히 빼버리면 소비자가 익숙하게 느끼던 맛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식음료 업계는 설탕 대신 단맛을 구현할 수 있는 대체 감미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 다양한 감미료가 사용된다. 제품마다 활용하는 감미료와 조합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당과 칼로리에 대한 부담은 낮추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단맛은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로 트렌드는 탄산음료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과거 ‘제로’가 기존 탄산음료의 대체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저당·저칼로리를 제품의 핵심 특징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음료 시장의 경쟁은 단순히 ‘얼마나 달게 만들 것인가’에서 ‘당과 칼로리를 얼마나 줄이면서도 맛을 유지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 0kcal가 하나의 ‘스펙’이 된 음료 시장

'단맛은 유지하고 당은 줄인다'는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 <AI 생성>
'단맛은 유지하고 당은 줄인다'는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 <AI 생성>

이러한 변화는 제품 패키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음료가 과일 함량이나 원재료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최근 제품에서는 'ZERO', '0 kcal', ‘'저당' 같은 숫자와 단어가 눈에 띄게 강조된다.

칼로리와 당 함량이 소비자가 제품을 비교하는 하나의 '스펙'이 된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저당 제품이 더 이상 맛을 포기한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만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기존 제품과 비슷한 맛을 즐기면서도 당이나 칼로리가 낮은 선택지가 있다면 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는 새로운 경쟁을 의미한다. 단순히 ‘제로 제품 하나’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기존 제품을 저당 버전으로 확장하고, 아예 저당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음료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제 음료는 '무엇을 넣었나'보다 '무엇을 뺐나'

과거 건강 음료 시장이 비타민, 과일, 채소 등 '무엇을 넣었는가'를 강조했다면 최근 시장에서는 당과 칼로리처럼 '무엇을 줄였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음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당·제로 트렌드는 아이스크림과 유제품, 커피 등 식품 시장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제로'라는 표시만으로 제품의 건강성을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체 감미료 역시 종류와 특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영양정보와 원재료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가 하나 있다.

달아야 잘 팔리는 음료에서 '달지만 부담은 낮춘 음료'로 시장의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음료 한 병의 경쟁력은 무엇을 더 넣었느냐뿐만 아니라, 얼마나 영리하게 덜어냈느냐에서도 결정되고 있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한국외대 이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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