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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럼프, 덴마크·그린란드와 '영구 안보협정' 서명… 70년 갈등 봉합되나

중앙대
원선빈 중앙대 · 18기 서포터즈
2026.09.28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2026년 9월 22일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 기간 중 그린란드 안보 협정에 관한 3자 서명식에서 서명된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옌스-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2026년 9월 22일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 기간 중 그린란드 안보 협정에 관한 3자 서명식에서 서명된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와 함께 그린란드 안보협정에 서명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이후 수년간 이어져 온 미국·덴마크 간 외교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 "그린란드 갖겠다”… 영구 통제 내세운 미국, 실제론 절충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그린란드-2026년부터 미국 영토' 라는 문구가 적힌 합성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그린란드-2026년부터 미국 영토' 라는 문구가 적힌 합성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그린란드를 두고 노골적인 압박을 이어왔다. "어떤 식으로든 그린란드를 갖게 될 것"이라며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고, 이 발언은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와의 관계를 크게 흔들었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한때 미국의 강제 편입 시도를 "대서양 동맹의 종말"에 비유하며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인구 약 5만 6000명의 자치령 그린란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졌고, 유럽연합은 그린란드에 대한 안보 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도 미국과 그린란드, 덴마크 3자는 수개월간 물밑 협상을 진행했고, 이번 정식 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압박으로 촉발됐던 나토 내 갈등이 일단락되는 가운데, 미군의 그린란드 내 활동 범위를 대폭 넓히는 대신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그린란드의 자결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절충안으로 정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연설에서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안보를 비롯한 모든 필요 사항에 대해 영구적인 통제권을 갖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백악관도 이를 "미국 납세자의 부담 없이 영구 기지권과 방어 능력을 확보한 역사적 북극 안보협정"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제 협정문을 들여다보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는 내용은 아니다. 1951년 체결된 미·덴마크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개정·보완하는 형태를 취했고, 미군에 기지 확대와 광범위한 이동권을 부여하는 대신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그린란드 자결권을 협정문에 명시하는 구조다.

● 기지 확장 명문화, 수중 접근권까지…미군 활동 반경 넓어져

추후 그린란드 내에 확대될 미군 기지
추후 그린란드 내에 확대될 미군 기지

핵심은 미군의 그린란드 내 군사활동 확대다. 미국은 기존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현대화 및 확장가능하고, 남부와 동부에 새로운 방위구역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필요시 이 밖의 지역에도 추가 방위구역을 세우거나 군사시설을 강화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여기에 그린란드 전역의 영해·영공은 물론 수중 접근권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이동·비행권도 부여됐다.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트럼프발 미사일 방어 구상 '골든 돔'을 그린란드에 구축할 수 있는 근거 역시 협정문에 담겼다. 다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골든 돔의 구체적 배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백악관 측이 강조해온 '완전하고 영구적인 통제권'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기존 합의 범위를 넘어서는 시설 확장을 추진하려면 미·덴마크·그린란드가 참여하는 상설위원회에 제안을 올려야 하고, 90일 내 합의가 안 되면 차관급, 이후 장관급(국무장관 등)으로 논의를 격상하도록 하는 절차가 명시돼 있다. 무인 군사시설 설치의 경우 그린란드와 덴마크 정부의 '신속 승인 절차'에 따른 심사를 받도록 했다.

또한 나토 비회원국, 특히 러시아·중국 등이 3자 동의 없이 그린란드에 유·무인 군사시설을 설치하거나 상시 군사 주둔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핵심 인프라와 자원 개발 등 '민감 분야'에 대해서는 나토·EU 비회원국 및 그 국민의 지배적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도록 했으며, 이 규정의 이행 감독은 그린란드의 투자심사 제도가 맡는다. 더불어 기지 설치·유지·철수에 필요한 물자와 용역 계약은 가능한 한 그린란드 현지 업체에 맡기도록 권고하는 조항도 포함돼, 협정이 그린란드 현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협정에 종료 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린란드가 장래에 독립을 선택하더라도 이 협정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항이다. 독립한 그린란드는 나토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실제 나토 잔류 여부는 전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한 별도 절차인 만큼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 "영원히 갈 합의"… 3국 정상 일제히 환영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에 앞선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린란드에 "대규모 군사 거점 두 곳을 새로 건설하는 등 대규모 군사 주둔 구축 작업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서명식에서는 "유럽에도, 미국에도, 그리고 모두에게 대단한 일"이라며 그린란드 주민들과 덴마크 국민들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번 협정을 "75년 전 맺은 방위협정보다 더 크고 더 나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합의"라고 평가하며 미국·그린란드·덴마크·나토 동맹 모두에 이롭다는 점을 강조했다.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당신들의 안보가 곧 우리의 안보이고, 우리의 안보가 곧 당신들의 안보"라며 이번 합의를 '윈-윈-윈' 협정으로 규정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서명이 "나토의 역내 역할 확대와 더불어 북대서양·북극권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고 더 안정적인 미래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도 대체로 환영 입장을 냈다.

● "주권 훼손 vs 병합 포기" 엇갈린 시선… 그린란드 내 앙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영구적 통제권'이라는 표현을 고수하면서, 덴마크 안팎에서는 주권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반면 미국 내 일각에서는 애초의 영토 병합 요구를 사실상 접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엇갈렸다. 결국 협정문은 안보 관련 권한은 미국에, 주권과 자결권은 덴마크·그린란드에 각각 명시하는 이중 구조로 정리됐다.

협상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린란드 출신으로 덴마크 의회에 진출해 있는 나자 나사니엘센 의원은 AP통신 인터뷰에서 “그동안 그린란드 주민들이 나라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생계에 대한 걱정에 시달려 왔다”고 전하면서도, “이번 협정이 그린란드가 국가 자격으로 맺은 첫 구속력 있는 조약”이라는 점에서 “자치 확대를 향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 배경엔 북극 패권 경쟁…희토류·항로·미사일 방어

그린란드 해빙이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NASA>
그린란드 해빙이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NASA>

이번 협정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편입 압박이 낳은 외교 갈등을 봉합하는 성격이 짙지만, 그 이면에는 북극을 둘러싼 강대국 경쟁 심화가 자리한다. 그린란드 영토의 약 3분의 2가 북극권에 속해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항로와 희토류 등 자원 개발 가치가 부각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북극해 항로가 새로 열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 잠재력과 함께 러시아·중국의 북극 군사·경제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냉전기 17개에 달했던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시설이 현재 피투피크 기지 한 곳, 병력 약 200명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였던 만큼, 이번 협정을 계기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북극해 항로와 자원·광물(희토류 등) 잠재력, 러시아·중국의 북극 진출 움직임에 대응한 북극·북대서양 안보 거점 강화 차원으로 읽힌다.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대통령은 유엔총회 현장에서 “이번 합의를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가까운 동맹국 사이에 이런 논쟁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편치 않았다”며 “이 사안이 완전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매입·인수 의지를 완전히 접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날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이번 협정이 갈등의 완전한 종지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중앙대 원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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