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는 카페 할인 카드, 대중교통 이용이 많은 사람에게는 교통비 할인 카드가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사실들이 실제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카드를 찾는 과정에 반영되기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같은 10% 할인 카드라도 전월 실적부터 월 할인 한도, 할인 제외 대상, 연회비까지 조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여러 카드의 혜택을 하나씩 비교하고 자신이 한 달 동안 어디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 계산해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카드’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카드·페이 앱은 이 복잡한 과정을 AI에 맡기기 시작했다.
결제 내역과 소비패턴을 분석해 이용자가 주로 돈을 쓰는 분야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카드와 혜택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카드사가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상품을 보여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소비생활을 먼저 분석한 뒤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결제 내역까지 읽는 AI… 페이앱이 ‘카드 큐레이터’로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실제 서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추천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빈도와 행동 정보, 송금·결제 내역 등을 분석하고 개인별 화면과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카드추천에서는 결제내역뿐 아니라 이용자가 동의한 경우 마이데이터 카드 이용내역 등을 함께 분석해 소비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할인·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추천한다.
단순히 “이 카드가 좋습니다”라고 보여주는 데서도 한 단계 나아갔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30일 결제금액 등을 바탕으로 해당 카드가 왜 이용자에게 적합한지 추천 이유까지 제공하고 있다. AI가 상품을 선택하는 것뿐 아니라 추천의 근거까지 설명하기 시작한 셈이다.
카드사도 비슷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KB국민카드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와 KB Pay에서 ‘AI 추천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로그인하면 이용자의 소비패턴에 맞춰 카드를 추천하고, 별도로 연령대와 한 달 소비금액, 연회비, 선호 혜택 등을 선택해 맞춤형 카드를 찾을 수도 있다.
하나·롯데카드는 고객별 혜택과 콘텐츠 제공에, 현대카드는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소비 분석에 AI를 활용하는 등 카드업계 전반에서 개인화를 위한 AI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 결제하는 앱에서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카드사들이 추천 서비스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카드 앱 자체의 역할 변화도 있다.
과거 카드사 앱의 주요 기능이 카드 이용내역 확인과 결제대금 조회였다면, 최근에는 보험·대출·여행·포인트·환전 등 다양한 금융·생활 서비스가 하나의 앱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국내 주요 카드사 앱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합계는 5283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 신한 SOL페이는 944만명, KB Pay는 932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수백만명의 이용자가 매달 앱을 방문하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앱을 단순한 ‘카드 관리 창구’로 둘 이유가 없다.
사용자가 앱에 들어와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소비를 분석하거나 필요한 금융상품을 추천받도록 만든다면 앱 안에서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과 접점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결국 AI 카드추천은 하나의 편의 기능인 동시에 이용자를 플랫폼 안에 머물게 만드는 경쟁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 AI가 추천하면 정말 ‘나에게 가장 좋은 카드’일까?
물론 AI 추천이 곧 ‘가장 좋은 카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카드사가 운영하는 추천 서비스의 경우 비교 대상이 대부분 해당 회사의 상품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AI가 추천한 카드가 시장에 나온 모든 카드 중 가장 유리한 카드라기보다 ‘해당 카드사의 상품 가운데 이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추천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카드추천 경쟁에서는 단순히 AI를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소비자를 이해하는지, 어떤 상품을 비교했는지, 그리고 왜 해당 상품을 추천했는지를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혜택과 조건을 직접 비교해 카드를 선택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AI가 나의 소비를 먼저 분석하고 카드를 제안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결제만 대신하던 카드·페이 앱이 ‘내 지갑을 이해하는 금융 큐레이터’로 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매일경제 서포터즈 18기=한국외대 이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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