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 [대중교통 디지털화 ①] 스마트폰 대자 ‘삑’… 대중교통에 부는 디지털 바람
9월 23일 오후 3시 50분, 시청역 지하도 한쪽에 어르신들이 줄 서 있다. 대충 세어봐도 20명이 넘는다. 에어컨도 없는 습한 날에도 손부채질을 하며 기다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모습을 흘끗 쳐다보고 간다. 몇몇은 “이건 무슨 줄이에요?”라며 줄 선 사람들에게 묻는다. “교통카드가 바뀐다는데 내가 뭘 알아야지. 여기서 도와준다고 하길래 기다리고 있어.”
● 어떤 행사인가
3시 55분, 행사장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직원 5명이 교통카드와 안내용 종이 팸플릿을 들고 행사를 준비했다. 기다림에 지쳤던 어르신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아직 시작 시각인 4시가 되지 않았지만, 대기자들은 저마다의 고충을 직원들에게 쏟아냈다. 조용했던 지하도가 일순간에 웅성거렸다.
이 행사는 곧 만료되는 기존 실물 기후동행카드를 새로운 기후동행패스 카드로 교환해주는 자리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혼자 등록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현장 직원들이 직접 도와주기도 한다. 모바일 앱 설치부터 K-패스 회원가입, 카드 등록까지 전 과정을 1:1로 안내하는 식이다. 새로 받은 카드도 K-패스와 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과 등록을 마쳐야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온라인 등록이 필수적이었다.
● 중년층, 고령층에게 어렵다
이날 오후 동안 방문자의 상당수는 중년층과 고령층이었다. "선생님, 여기는 디지털 기기 이용이 어려우신 분들 도와드리는 줄이에요. 혼자 하기 어려우세요?" 한 직원이 묻자 "난 잘 모르니까 해줘"라는 답이 돌아왔다. 줄 선 이들 중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는 50대 A 씨는 기후동행패스 카드를 들고 와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번 행사장을 찾아 집에서 혼자 해봤는데 어려워서 다시 왔어요."
"아버님, 본인인증 해주세요." A 씨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작게 보이는 화면에 휴대전화 번호를 겨우 입력했다.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았다. 이번엔 로그인 차례였다. 글자가 작아 자꾸 잘못 눌렀고,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알림이 반복됐다. 다섯 번 틀리자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창이 떴다.
A 씨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직원은 "아버님, 제가 해볼게요. 저 주세요"라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본인인증을 척척 진행했다. "왜 이렇게 복잡한 거야?"라고 A 씨가 말하자 옆에서도 "그러게요. 다 늙었는데 이런걸 어떻게 하라고"라며 공감했다. 그렇게 기후동행패스 등록을 모두 마치기까지 약 15분이 걸렸다. "이걸 어떻게 혼자 해요." A 씨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외국인에게도 어렵다
어려움을 겪는 건 우리나라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온라인 사이트와 본인인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네팔 출신 유학생 B 씨는 번역기 화면을 직원에게 내밀었다. "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한국어로만 되어 있어서 등록을 못하겠어요."
한 직원이 카드를 들며 "이걸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혜택이 있어요"라고 설명하자 B 씨는 "네?"라며 되물었다. 직원이 "카드(card)를 등록해야 베네핏(benefit)이 있어요"라고 영어 단어를 섞어 다시 설명하자, 그제야 "아… 이거 어떻게 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등록', '환급' 같은 한국어 단어를 설명하려 아예 파파고를 켜고 소통하는 직원도 있었다.
● 빨라지는 기술, 뒤처지는 사람
이날 4시간 동안 300명이 넘는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다. 대기 줄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대중교통 서비스가 스마트폰 속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사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매경플러스 프렌즈 1기=고려대 박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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