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없지만 '왕관'은 보고 싶다: 우리가 21세기 왕실 판타지를 소비하는 이유

<MBC 수목 미니시리즈 '궁(宮)' / MBC 금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2006년, 곰 인형을 든 여고생 신채경의 등장은 그야말로 '궁 열풍'의 시작이었다. 대한민국에 황실이 있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드라마 <궁>은 안방극장을 점령하며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다시 한번 그 화려한 성문을 열었다. 우리는 왜 실재하지도, 실재하길 원하지도 않는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에 이토록 열광하는가.
[2006년의 낭만 vs 2026년의 미학] 신데렐라에서 완성형 아이콘으로
과거 <궁>이 대중을 사로잡았던 핵심은 '평범함과 특별함의 충돌'이었다. 평범한 교육을 받은 여고생이 엄격한 궁중 법도와 부딪히며 성장하는 서사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냈고 왕세자와의 로맨스 역시 대중에게 강한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반면 2026년의 <21세기 대군부인>은 한 단계 진화했다. 20년 전이 '청춘 로맨스'였다면, 지금은 '하이엔드 판타지'인 셈이다.
<MBC 드라마 - 21세기 대군부인>
[첫 회의 명암] "눈이 즐거운 역대급 드라마" vs "공감 안 되는 구시대적 설정"
첫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지은(아이유)과 변우석이라는 조합만으로도 "이미 개연성은 완성됐다"는 평이 나올 만큼 두 주연 배우의 케미가 돋보였고, 왕실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린 연출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동시에 설정에 대한 거리감도 지적된다. 이미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재벌가 여성이 단지 양반 신분을 얻기 위해 대군과 결혼을 하려한다는 설정은, 주체적인 삶을 중시하는 현대 여성들의 가치관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쟁 자체가 해당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한다.
<MBC 드라마 더킹 /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매혹의 본질]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권력'이 아닌 '상징'이다
입헌군주제 설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왕이 '권력자'가 아니라 '상징적 존재'로서 그려지기 때문이다. 궁전, 왕족, 화려한 의복 같은 비일상적인 요소는 강한 판타지를 제공하면서도, 영국이나 일본 등에 실제 존재하고 있는 제도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왕족 캐릭터는 부러움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많은 것을 가진 듯 보이지만 개인의 자유는 제한되고, 공적인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결국 입헌군주제는 현실성, 판타지, 그리고 감정 서사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이야기 장치라고 할 수 있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아이유(왼쪽)와 변우석>
[전망과 기대] 역사를 꺼내 만든 가장 현대적인 즐거움
결국 <21세기 대군부인>의 성패는 얼마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상의 왕실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인물 간의 감정선이 현실의 단조로움을 잠시 잊게 해줄 때, 시청자들은 이 화려한 가짜 세계를 마음껏 즐길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왕'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상징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7기=한양대 임채연]
전국 축제 플랫폼 '페스티벌 플러스'
전국 각지의 축제와 문화 이벤트 정보를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