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도 '쇼츠'처럼… MZ세대가 선택한 '숏셜링'의 이유
▲ 짧고 가볍게 모이는 MZ세대의 오프라인 모임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친해지고 싶지는 않아."
전화 공포증을 앓던 20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가슴이 뛰고, 일상적인 통화조차 미리 대본을 써야 안심하는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 요즘 20대가 전화를 기피하고 비대면 방식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대면 선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대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찾는 모임의 성격이다. 과거의 오프라인 모임이 지속적인 관계와 끈끈한 결속을 전제로 했다면, 지금 이들이 지향하는 만남은 그 결부터가 다르다. 이들은 공원에서 만나 한 시간 동안 '경도(경찰과 도둑)' 게임을 즐기거나, 각자 사 온 감자튀김을 쌓아놓고 먹는 '감튀 모임'처럼 목적이 분명하고 휘발성이 강한 활동에 몰입한다. MZ세대들은 지속적인 친밀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다. 특히 끈끈한 결속이 요구하는 감정적인 비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특유의 실재감을 여전히 원하고 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짧고 강렬한 자극을 공유하는 만남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숏셜링에 매력을 느끼는 MZ세대
대학내일에서 운영하는 트렌드 뉴스레터 '캐릿'에서는 플래시몹처럼 잠깐 모였다가 흩어지는 일회성 모임의 트렌드를 '숏셜링(Short+Socializing)'이라고 정의했다. 모임이 숏폼 콘텐츠처럼 짧게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 빗댄 신조어다. 숏셜링은 '경도'처럼 친목 도모보다는 콘셉트에 초점을 맞춘 모임이 많고, 일회성 참여 비중이 높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 가볍게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2030 세대가 숏셜링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라는 새로운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약 70% 이상이 "인간관계에서도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 또한 전 세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요즘 세대에게 관계란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소비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기약 없는 술자리는 비효율적인 감정 노동이자 시간 낭비로 간주하는 것이다. 대신 1시간 동안만 함께 러닝을 하거나, 특정 주제로 짧게 토론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방식을 선호한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 채워지지 않는 사회적 욕구와 소속감만을 골라 선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 콘셉트 중심으로 짧게 모이는 '숏셜링' 모임
맥락 없는 만남이 가져온 해방감
숏셜링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적인 정보나 배경지식이 배제된 무(無)맥락성에 있다. 기존의 인간관계가 학교, 전공, 나이, 거주지 등 서로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면, 숏셜링은 이를 과감히 생략한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해질 수 있고, 만남이 끝난 뒤에 남는 감정적 뒤끝이 없어 깔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연락처를 교환해야 한다는 미래의 부담감이 없기에, 역설적으로 현장에서는 평소보다 더 대담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지위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취향으로만 연결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자유 지향적 태도가 엿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신조어인 '인덱스 관계'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김난도 교수팀)는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현대인들이 목적에 따라 관계에 색인을 붙여 관리한다는 의미의 인덱스 관계를 언급했다. 요즘 세대는 관계 맺기에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선택적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인덱스 관계와 숏셜링의 공통점은 과잉 연결 시대에 피로감을 느낀 개인들이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자 찾아낸 소통법이라는 점이다. 타인에게 구속받고 싶지 않은 개인주의와 소외되고 싶지 않은 소속감 사이에서 20대는 숏셜링이라는 절충안을 통해 그들만의 새로운 연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매일경제 대학생 서포터즈 17기=충남대 한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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